[독자토론마당]대선기간 여론조사 공표금지

  • 입력 2002년 12월 24일 18시 17분


▼달라진 선거환경… 규제위주 관리 탈피하자▼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이나 결과를 살펴본다면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등을 규정한 선거법은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선거풍토도 달라졌지만 미디어 선거에 걸맞은 법적 제도적 변화도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선거법은 대체로 구시대에 있었던 여러 폐단이나 부정한 방법의 선거운동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여론조사 공개의 경우에도 여론조작 같은 부정적 측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까다로운 규정들이 너무 많았다. 물론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서는 1%의 허점도 없어야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선거기간 중 거론됐던 대학 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문제나 해외동포들의 선거권 부여 문제 등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여론조사 공개에 대한 여러 제한 요소들도 국민간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과감히 풀었으면 한다.

정승익 충북 청원군 강내면

▼근거없는 유언비어 난무 되레 혼란 부추겨▼

대선운동 기간 중 여론조사결과 공표를 금지한 결과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해 오히려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가 인터넷과 선거운동원들에 의해 유포돼 당초 목적인 여론조작을 방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긴 것이다. 간접적으로 보도하다 보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뿐 아니라 공표 금지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에도 여론조사를 실시해 ‘알 만한 사람’은 결과를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유권자나 독자에게만 입을 다무는 것은 정보의 격차를 벌리는 행위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요즘은 예전처럼 정보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언론의 미발표로 인해 여론이 왜곡 유포될 소지가 다분하다.공표를 금지시킨 것은 선관위의 편의주의에 따른 것으로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곽규현 경남 양산시 하북면 순지리

▼‘무분별 조사-맘대로 발표’ 여론왜곡 가능성▼

대선기간 중의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한 현행 선거법은 그간 심심찮게 위헌 시비의 대상이 되곤 했다.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웃 일본의 경우도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는 투표일 1주일 전까지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투표일 바로 전날까지 이를 허용하고 있음에 비추어 위헌 시비는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정치 현실에서 과연 우리나라도 선거기간 중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를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생각이다. 선거에 참여한 각 당이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즉 공인되지 않은 여론조사를 무분별하게 실시하고 이 중 자기 당에 유리한 결과만을 발표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충분한 신뢰성이 형성되지 않은 현재로는 이를 금지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민영의 인천 부평구 청천2동

▼‘정확한 여론조사’ 여건 갖춘 후 허용해야▼

선거법 108조에는 선거기간부터 투표마감 시각까지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 보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나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유권자의 알 권리 충족과 바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공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과 폐단도 적지 않다고 본다.

첫째, 여론조사를 빙자한 불법선거운동이 이뤄질 수 있다. 조사를 빙자해 교묘하게 행해지는 변칙적 선거운동도 적잖이 발견됐다. 둘째, 여론조사의 타당성과 신뢰도가 낮다는 점이다. 몇몇 언론에 보도된 입후보자들의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같은 선거구에 대해 같은 시기에 조사했음에도 무려 10%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셋째, 유권자의 선택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정확하지 않은 조사 결과나 보도내용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 공표는 국민의식 수준 향상, 여론조사 기술력 및 신뢰성 향상 등 제반 여건이 충분히 성숙된 뒤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남이 경남 창녕군 영산면

■ ‘선거운동기간 중 여론조사 공표 금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집계결과 ‘찬성 46%, 반대 54%’였습니다.

다음주 ‘독자토론마당’의 주제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해체’입니다. 해체론자는 이제 노사모의 역할이 끝났으므로 권력화되기 전에 노사모를 자진 해체하자고 주장합니다. 반면 유지론자는 노사모는 단순 팬클럽으로 앞으로 ‘노무현을 감시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남아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노사모 해체 여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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