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생에 ‘그러나’로 시작되는 하나의 히든카드도 하나 뒤로 감추고 있지 못한 사람들은 그러면 무엇으로, 어떻게, 이 생(生)을, 그 박복한 운명을 견디어내는 것일까? 연작소설 삼오식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가 후기)
‘시장통 식당집 둘째딸’인 소설가 이명랑(30)은 참 유쾌한 사람이다. 책날개에 박힌, 약간 수줍게 보이는 사진은 평소의 그답지 않아 보인다. ‘꽃을 던지고 싶다’ 이후 4년 만에 펴낸 연작소설 ‘삼오식당’에는 그의 거침없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그려진 ‘재래시장’이 살아 있다.
소설의 무대는 영등포시장. 악착같이 밥장사해서 세 딸을 키워낸 삼오식당 여주인, 노름빚 때문에 도망간 남편을 둔 과일가게 아줌마를 비롯해 일수꾼 할머니, 공중화장실을 지키는 똥할매 등 불운한 과거와 좌절당한 욕망으로 깊은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삼오식당 둘째딸인 소설의 화자가 이들의 삶을 둘러싼 소문과 진실을 추적해 가며 펼쳐지는 별 볼 일 없는 인생들의 눈물과 악다구니. 삶이란 그런 ‘솔직함’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 문학평론가 장석주는 “영등포시장에서 나고 자란 작가에게 범속함으로 처절한 시장은 곧 상상력의 태(胎)”라고 말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