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이천수 “100억 벌어 축구단 만들것”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7시 20분


“나는 단순하다. 마음 속에 감춰두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이천수. 그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노래방에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노래를 부른다. 다람쥐머리 스타일에 옅은 선글라스 차림. 모습만 봐도 톡톡 튀는 신세대 선수다.이훈구기자
“나는 단순하다. 마음 속에 감춰두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이천수. 그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노래방에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노래를 부른다. 다람쥐머리 스타일에 옅은 선글라스 차림. 모습만 봐도 톡톡 튀는 신세대 선수다.이훈구기자
대통령 선거일 다음날인 20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 1층 커피숍. 이천수(21)는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강남 행사장에서 오다가 길이 막혀 늦었다고 했다. 올올이 선 머리카락을 갈색과 흰색으로 물들인 ‘다람쥐 머리’에 선글라스 차림. 대답도 시원시원했다.

“투표는 했습니까?”

“신문 못 보셨어요? 제가 투표하는 걸 사진 기자들이 많이 찍었는데…”

이천수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빼고는 제일 바쁜 사람”이라고 말한다.

각종 시상식에 나가랴, 방송에 출연하랴, 뮤직비디오 찍으랴, 공개데이트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 인터뷰 중에도 그는 점심을 못먹었다면서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기부터 했다.

▼뮤직비디오에 키스신 고집

그러다 알아본 팬들이 다가오면 꼬박꼬박 사인을 해줬다. 한쪽엔 모 방송사 인터뷰팀이 대기하고 있었다.(이천수는 결국 23일 심한 감기 몸살로 병원치료를 받았다)

“도대체 운동은 언제 합니까?”

“하루 2∼3시간 정도는 반드시 합니다. 요즘은 히딩크 감독님의 ‘파워프로그램’에 따라 주로 하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과 연락은 자주 합니까?”

“히딩크 감독님 매니저가 ‘굿모닝 릴리?(히딩크감독이 붙여준 이천수의 별명)’하고 가끔 전화해 줍니다. 얼마 전엔 ‘연말에 국내에 있지말고 우리 캠프에 와서 같이 운동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히딩크 감독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가요?”

“선수를 믿고 인격적으로 대해 줍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습니다. 사생활도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 통솔력, 카리스마 정말 ‘짱’입니다.”

이천수는 어렵게 살았다.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남이 신던 축구화나 스타킹을 주워다 꿰매 신기도 했다. 보약 해 먹는 동료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운동장에 나가 냅다 공을 내질렀다.

“돈 많이 벌었습니까?”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일단 100억원이 목표입니다.”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려고?”

“좋은 일에 쓰고 싶어요. 아예 축구구단 하나 사서 ‘공포의 외인구단’같은 멋진 팀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부모님한테 효도 좀 했나요?”

“인천 만수동에 38평짜리 아파트를 사드렸습니다.아버님한테는 승용차도 한 대 사드렸지요.”

이천수는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이 많다. 그가 쓴 책 ‘월드컵 뒷이야기’에 등장하는 탤런트 유시원 원빈 최수종, 개그맨 윤정수 남희석, 가수 주영훈 컨츄리 꼬꼬 등이 그들이다.

개그우면 박경림과는 월드컵 이탈리아전이 끝나고 숙소를 빠져나와 함께 저녁을 먹을 만큼 친하다. 이 일로 주장 홍명보에게 혼쭐이 났다.

“여자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애인은?”

“연상이었는데 석달전에 헤어졌습니다.도대체 만날 시간이 있어야지요.”

“어떤 여자를 좋아합니까”

“역시 착한 여자가 최고더라구요. 거기에다 키가 크고 축구를 이해하는 사람이면 더 좋겠죠.”

“최근 뮤직비디오에서 키스신을 찍었다던데.”

“내가 키스신이 없으면 안찍겠다고 했죠. 상대는 여성 보컬그룹 투야의 김지혜(22) 였는데 여섯 번인가 만에 ‘OK’사인이 났습니다. 아쉬웠어요. 스무번은 할 줄 알았는데…. 지혜와는 앞으로 친구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자신감 빼면 빵이죠”

이천수는 인터뷰 다음날인 21일 이상형이라던 신인탤런트 한가인과 ‘공개 데이트’를 했다. 양복까지 새로 맞춰입고 나간 그는 전날 밤 뒤척이느라 잠을 설쳤다고 했다.

“키 크고 섹시한데다 청순한 얼굴에 말도 예쁘게 한다.” 한가인에 대한 이천수의 평가다.

이천수의 별명은 많기도 하다. 밀레니엄, 보스, 깡패, 미꾸라지, 아시아의 다람쥐…. 제일 좋아하는 별명은 ‘아시아의 다람쥐’. 그래서 헤어스타일도 다람쥐 스타일로 한다.

“어떻게 사는 게 꿈인가?”

“짧고 굵게 사는 것.”

“버릇없다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

“난 의뭉 떠는 건 ‘밥맛’이다. ‘싸가지 없다’는 말 들어도 내 소신대로 살고 싶다.”

이천수의 말은 거침이 없다. 월드컵 미국전에서 이을용이 페널티킥 실패한 것을 두고 “내가 찼으면 틀림없이 넣었다”고 하는가 하면 “이탈리아전에서 슬쩍 상대 선수 머리를 깠는 데 통쾌했다”고 눈 하나 깜짝않고 말한다.

또 “국내엔 존경하는 선수가 없다”며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를 으뜸으로 친다.

이천수는 몇 번씩이나 “난 자신감 빼면 빵”이라고 했다.

연습 한 번 안하고 골프장에도 두 번이나 나갔다. 첫 번째는 118타, 두 번째는 110타를 쳤는데 버디도 한번 해봤다는 것.

“술은 자주 마시나?”

“(현)영민이 형, (차)두리 형, (최)태욱이와 모이면 한 잔씩 했다.”

“주량은?”

“소주 1병 정도. 태욱이는 교회 신자라 안 마시고 다른 형들은 나와 비슷하다. 담배는 전혀 안 피운다. 이래봬도 금연 홍보대사다.”

김화성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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