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주가가 연일 급락해 투자자들은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종합주가는 최근 4일 동안 7.4%나 떨어졌고, 코스닥종합지수는 6일 동안 12.2%나 폭락했다. 새해가 밝아도 1·4분기에는 여전히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87년이나 92년처럼(97년엔 외환위기 때문에 하락했음) 대선이 끝나면 불투명성이 없어져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연말연시에 증시가 가위눌린 것은 2개의 불안 탓이다. 하나는 미-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북한 핵 문제 등으로 한국의 ‘국가위험(Country Risk)’이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은 북한 핵 문제가 불거져 나온 이후 규모는 줄었지만 계속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오히려 하락세)다. 외국인은 아직 컨트리 리스크를 그다지 민감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다른 하나의 불안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경제정책 방향이다.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어 평가하기 어렵지만 증시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대선 이후 개인과 기관이 주식을 사기보다 파는 데 중점을 두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이 깊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증시는 꿈을 먹고 산다. 지금은 어렵더라도 1∼2개월 뒤에는 ‘멋진 신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꿈과 믿음이 있으면 주가는 상승한다. 2개의 불확실성이 가셔야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상장·등록 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돼 한국 주식이 푸대접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어진다. 한국 기업의 값어치가 제대로 대접받을 때 한국과 미국의 대등한 동반자적 관계는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노 당선자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비전으로 젊은 층의 마음을 움직여 꿈을 이뤘다. 증시는 북한 핵 문제(와 대미관계) 및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하루 빨리 씻어주는 그의 능력을 보고 싶어한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