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가들은 17세기 중엽 민족국가 형성 이후의 현대전 양상을 대략 3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제1세대 전쟁’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폴레옹 전쟁’ 양상을 연상하면 되고, ‘제2세대 전쟁’은 장기적으로 병력과 물자를 대량 소모한 미국 남북전쟁이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제3세대 전쟁’은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신속한 기동과 기습을 특징으로 하며,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전격전 양상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9·11테러로 상징될 수 있는 ‘제4세대 전쟁’ 양상은 군사력 균형, 억제전략, 전술교리, 교육·훈련, 장비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사고와 발상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해 온 정규전 양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 전쟁에는 인도주의란 애당초 없다. 군인과 민간인, 군사시설과 비군사시설의 구분도 없으며, 전선도 없다. 오직 상대방에게 최대의 인적 물적 피해와 심리적 충격, 그리고 사회적 혼란을 가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만이 강구된다. 이런 뜻에서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이라고도 하고, ‘더러운 전쟁(dirty war)’이라고도 부른다.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제4세대 전쟁’ 대비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수행 중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에 대한 선제군사공격 계획도 궁극적으로는 이 ‘제4세대 전쟁’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려는 군사조치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군사적 수단만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군사적 수단도 필요하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폭탄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상대방 전사들에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도 이 새로운 시대적 도전에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제4세대 전쟁’ 대비태세가 궁금하다.
박용옥 객원논설위원 전 국방부 차관
yongokp@hanmail.net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