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종석/기업의 불안감 치유해야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7시 58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성공한 경제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외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 당선자에 대한 일부의 불안감과 오해가 조속히 해소되어야 한다.

그중 첫째는 노 당선자가 노조 편향적이고 반기업 정서를 가졌다는 불안감이다. 이는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까지 정치인 노무현의 일부 언행이 반기업적이고 친노조적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 또 당선자가 된 이후 많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연 노무현 정부가 노사관계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면서 기업 환경을 적극 개선하고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펼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국내외의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은 유심히 관찰할 것이다.

▼盧당선자가 풀어야 할 오해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정부의 경제관리 능력이 시험받게 될 첫 관문은 노사관계다. 과격한 노조와 불안한 노사관계가 우리나라 기업환경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데는 거의 모든 국내외 기업인과 투자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조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집단행동을, 그리고 합법적 집단행동보다는 불법적 집단행동을 선호하는 것은 그간 반복된 경험과 학습효과를 통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관련 법 집행과 제도의 운영이 원칙보다는 온정주의와 정치적 고려에 따랐기 때문이다. 앞으로 노무현 정부가 노사관계에서 공익의 수호자로서 엄정하게 법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노조 편향적이라는 편견을 불식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향후 노사관계의 건전화와 기업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노무현 정부가 해소해야 할 또 하나의 오해는 ‘좌파 정부’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외국의 일부 언론들은 선거가 끝난 후 한국에 중도 좌파정부가 들어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것은 노 후보가 소득 재분배를 강조해왔고 민영화와 정부개입의 축소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1990년대 이후 경제정책에 있어서 좌우 노선 구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는 세계 어느 정부나 국가경쟁력과 복지를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점은 노무현 정부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제는 수단의 선택이지 노선의 선택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의 악화는 지금 한국경제가 가진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다. 이 문제를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 시정하고자 하는가에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소득 이전을 통한 소득격차의 인위적 축소는 자칫 사회적으로 생산능력이 가장 큰 사람들의 생산의욕을 낮추고, 동시에 보조받는 사람들의 자립능력과 의지를 약화시켜 결국 모든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과거 서유럽 좌파정부들의 경험이다. 소득 이전보다는 저소득층의 생활보호와 경제적 기회 확대가 더 효과적 수단이다.

끝으로 노 당선자가 불식해야 할 우려는 새 정부가 자칫 대중 영합적으로 경제를 운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는 노 당선자가 정치적 성장과정에서 주로 경제적 약자인 근로계층의 편에 서 왔고, 그의 연설이 대체로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는 강렬한 메시지가 많았던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중 영합적 지도자를 가졌던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일부 남미 국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이 동시만족´ 은 불가능▼

경제문제는 하고 싶은 것 다 못 하고 가지고 싶은 것 다 못 가진다는 물질적 제약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 때로는 어려운 결정과 괴로운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이 경제정책인 것이다.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변만으로는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과연 노 당선자가 뜨거운 마음만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을 다 해주려고 할지, 아니면 경제원리에 따라 어려운 결정과 괴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가 성공한 경제 대통령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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