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프로기사 승단대회 없앤다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8시 26분


50여년간 이어져 온 한국기원의 프로기사 승단 대회가 폐지되는 등 승단 제도가 크게 바뀐다. 이는 그동안 단(段) 중심의 바둑계의 위계 질서가 실력 중심으로 바뀌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기사 117명은 27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기사총회를 열고 ‘승단대회 폐지’ ‘단 수당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기사총회의 의결은 한국기원 이사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 개혁안에 따르면 그동안 1년에 상·하반기 5판씩 10판을 둬 승패에 따라 승단 점수를 주던 승단대회는 완전 폐지하고 국내외 10개 기전의 예선전 첫판 성적에 따라 승단 점수를 부여키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세돌 3단처럼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승단대회에 불참해 승단하지 못했던 기사도 승단을 할 수 있게 됐다.

개혁안에서는 승단을 위한 최저 평균점수도 65점에서 50점으로 낮춰 승률이 높지 못한 고참기사들의 승단도 쉽게 만들었다. 평균점수를 낮추면 승률이 50%를 밑돌아도 승단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국제대회 우승’시 3단을 특별 승단시키며 ‘국제대회 준우승 또는 국내대회 우승’의 경우 1단 승단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여성기사도 ‘여성 세계대회 우승’시 1단이 승단된다.

기사회 관계자는 “단과 실력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어, 단은 기사의 연륜에 비례하도록 조정하고, 대신 성적에 따라 기사들의 순위를 매기는 기사 랭킹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단에 따라 매달 10만∼60여만원씩 지급되던 단 수당도 없어진다.

현재 한국기원 프로기사는 9단 21명, 8단 16명, 7단 20명, 6단 12명, 5단 21명, 4단 21명, 3단 27명, 2단 26명, 초단 22명 등 모두 186명이다.

기사회 관계자는 “단 수당 지급액이 앞으로 매년 1억원씩 증가할 것으로 보여 한국기원의 적자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며 “단 수당을 없애는 대신 매년 7억원을 기사복지기금으로 출연해 50세 이상 기사의 연금 등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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