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은 1776년. 그러나 영국이 미국을 진정한 독립국으로 인정한 것은 그 후 75년이나 지난 1851년이라고 한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미국의 ‘뉴욕 요트클럽’이 제작한 범선 ‘아메리카’호가 영국에서 열린 ‘100기니컵 요트대회’에 출전해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영국의 요트 15척을 단숨에 제압하며 우승한 게 바로 이 해다.
당시 대회를 참관하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비롯한 귀족들은 그처럼 강하고 빠른 요트를 제작할 수 있었던 미국의 자본과 기술력에 경악했고 이 때부터 미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했다는 얘기다.
‘아메리카컵 요트대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1851년을 첫 대회로 보지만 이후 오랫동안 경기가 없다가 본격적인 대회는 1870년부터 막이 올랐다. 초창기에는 미국과 영국의 대결로만 이루어졌다.
영국과의 대결에서 전승을 거두던 미국은 1962년 호주가 참가한 이후에도 챔피언의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난공불락’ 미국이 처음 무너진 것은 1983년.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아 II’호가 미국의 ‘리버티’호를 꺾고 우승한 것이 이 때다.
충격적인 첫 패배의 아픔을 맛본 미국은 이후 심기일전 다시 승승장구했으나 1995년 뉴질랜드의 ‘팀 뉴질랜드’호에 미국의 ‘영 아메리카’호가 다시 우승컵을 넘겨줬다. 이어 2000년 대회에서 ‘팀 뉴질랜드’가 2연패를 이루면서 현재 ‘해상권’은 뉴질랜드로 넘어간 상태.
‘아메리카컵요트대회’는 3∼4년 혹은 5년 단위로 모두 30번이 열렸는데 이중 미국이 27번 우승컵을 안았고 뉴질랜드가 2번, 호주가 1번 우승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요트대회는 첨단과학의 경연장
‘아메리카컵 요트대회’에 참가하는 요트는 대양을 여행할 수 있는 크루저급으로 웬만한 항공기보다 비싸다. 항공우주기술 등 최첨단 기술로 제작되기 때문에 요트 한척 값만 수백억원은 기본이고 100여명의 선수, 기술자, 스태프가 3년 넘게 대회를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까지 합하면 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아메리카컵요트대회’는 ‘초부자(Super rich)’ 국가들의 경연장으로 불린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미국의 ‘오라클 BMW’호는 소프트업계 억만장자인 래리 엘리슨이 스폰서를 맡아 무려 8500만달러(약 1020억원)를 투자했으며 미국의 ‘원월드 챌린지’호 역시 7500만달러가 투입됐다. 다른 국가들의 요트에도 최소한 5000만달러 이상의 거액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각 나라 최고의 과학자들이 최고의 요트를 제작하기 위해 매달린다. 스위스의 ‘알링기’호는 세계적 권위의 로잔공대를 자문기관으로 위촉해 최저의 무게로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신소재 개발은 물론 재료과학, 도시공학, 수학 등 각 분야의 최고 기술자들을 모형제작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역시 미항공우주국(NASA)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한편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챔피언 ‘팀 뉴질랜드’호는 대회장소인 오클랜드의 해저지형을 고려해 배 밑바닥 용골부분에 날개를 달고 있다. 핵물리학자 출신 조타수가 디자인한 이 날개는 ‘팀 뉴질랜드’호의 비밀 병기.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경기진행 방법
‘아메리카컵 요트대회’는 1970년부터 도전자 시리즈 방식이 도입됐다. 루이뷔통사는 1983년부터 도전자 시리즈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고 이후 도전자를 결정하기 위한 예선전은 ‘아메리카컵 요트대회’의 ‘루이뷔통컵 대회’로 불린다.
올해 ‘루이뷔통컵 대회’에는 정상 탈환에 나선 미국이 ‘오라클 BMW’, ‘팀데니스코너’, ‘원월드 챌린지’호 등 세 척을 출전시킨 것을 비롯해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 잉글랜드 등 6개국 9척의 요트가 출전해 지난 10월1일부터 24일까지 경기를 펼쳤다.
도전자 결정전에 오른 두 팀은 미국의 ‘오라클 BMW’와 스위스의 ‘알링기’호. 두 팀은 내년 1월11일부터 2월1일까지 9전5선승제의 경주를 벌여 도전자를 가린다.
도전자는 지난 대회 챔피언인 뉴질랜드의 ‘팀 뉴질랜드’호와 내년 2월15일부터 3월1일까지 9전5선승제의 ‘아메리카컵요트대회’ 결선을 갖는다.
경기 장소는 지난 대회 우승팀의 홈에서 펼쳐지는 관례에 따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하우라키만이다. 하우라키만에서 1시간 거리의 바다 한가운데 마련된 4개의 코스 중 당일 바람 방향에 따라 한 코스가 정해지며 모든 레이스는 맞바람으로 시작해 해상에 설치된 두 개의 부표를 시계방향으로 돈 뒤 결승점에 들어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