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자 특별사면에서 무기징역으로 특별 감형돼 새 삶을 얻은 사형수 4명은 눈물을 흘렸다.
1993년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해 온 김진태씨(37). 56명 미집행 사형수 가운데 최장기수인 그는 ‘죽음의 절벽’ 앞에 10년째 서 있었다. ‘덜컹’거리는 문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는 사형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떠올려 왔다.
김씨는 92년 10월 어머니 장태순씨(56)에게 상습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를 보다 못해 공기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그러나 김씨는 구치소 안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해 왔고 기독교에 귀의해 세례를 받았다.
사형수들은 3개월마다 방을 바꾼다는 구치소 규칙에 따라 김씨는 방을 계속 옮겼다. 그 때마다 전도활동을 했고 지금까지 600여명을 귀의시켰다. 그의 별명은 어느새 ‘작은 목사님’이 되었다. 지난해 말에는 자신이 1년 동안 아껴 모은 영치금 100만원을 불우이웃에게 선뜻 내놓았다.
김씨의 감형에는 청와대와 법무부에 탄원서를 보내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한 어머니 장씨가 있었다. 착하고 똑똑했던 아들이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한순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와 함께 ‘죽음의 강’을 앞두고 새 삶을 얻은김장근씨(35)는 유흥비 마련을 위해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98년 4월 사형이 확정됐다. 그는 ‘모범수 중의 모범수’였다고 법무부는 평가했다. 안구와 장기 기증 서약을 하기도 했다. 이 밖에 94년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여자친구를 납치 살해한 김인제씨(35),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에 침입했다 경비원을 살해한 김동운씨(29) 등도 감형돼 새 삶을 얻었다. 이번 감형으로 미집행 사형수의 수는 56명에서 52명으로 줄었다. 현 정부는 2000년 8·15 특별사면에서도 2명의 사형수에 대해 무기징역으로 특별감형 조치를 했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