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최일홍 전 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 대한 사면은 사법부의 권위에 크게 손상을 입히는 사면권 행사이다. 김영재씨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판결이 확정된 지 겨우 10일 됐고 최일홍씨는 최규선 게이트로 확정판결을 받은 지 4개월 돼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법원 판결을 무효로 돌렸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특히 김씨는 연말 사면 9일 전 서울고법에 항소취하서를 제출해 형을 확정시켜 권력층과 물밑 흥정의 의혹이 짙다. 게이트에 끼어든 실세들은 사면복권을 받는 데도 이처럼 남다른 힘과 연줄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부패가 일소되지 않는 데는 권력형 비리범죄에 대한 사면복권의 남발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은 수서사건으로 유죄 확정됐다가 95년 사면복권을 받았고 97년에는 한보비리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가 형기의 3분의 1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잔형이 면제됐다. 역대 정부와 정치인들이 한보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보니 세상을 뒤집어놓는 비리를 두 번씩이나 저질러 놓고서도 번번이 사면을 받는다.
무제한 무원칙하게 남용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현행 사면복권 제도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직 법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등에서 선출한 사면심사위원회가 청구한 사람에 한해서만 특별 사면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은 그래서 공감이 간다. 판결 확정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사면복권을 할 수 없도록 해야 사법부 모독형 사면복권을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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