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정책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하는 것은 독선적인 정책 입안과 시행의 가능성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벌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계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했는지 궁금하다. 재계가 새 재벌정책으로 기업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에 걱정이 모아진다.
인수위원회측은 공약한 재벌정책이더라도 시행에 앞서 문제점은 없는지 재삼 검토하기 바란다. 위헌 여부를 포함해 기업의 고유활동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보다는 다소 늦더라도 확실한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형별 포괄주의인 상속증여세법을 완전포괄주의로 개정하는 문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충분한 사전 검토가 있어야 한다. 증권분야 집단소송제도의 입법화도 소송의 남발 가능성이나 기업의 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부작용을 감안해야 한다.
인수위 관계자가 제기한 ‘구조조정본부 해체’ 문제도 그렇게 시급한 사안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권 초기에 그룹 비서실을 없앴다가 구조조정본부를 허용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재벌체제를 개혁하더라도 구조조정을 지휘할 추진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왕성한 경제활동은 장려하되 불합리한 재벌시스템은 고쳐나가겠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인수위측 실무자들은 재벌시스템을 개선하려다 경제활동을 저해할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재벌들의 주장에도 타당성이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 재벌정책으로 기업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된다면 나라 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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