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때로 가득 찼을 땐 적당히 자신도 때를 묻혀가며 사는 것이 보통 사람의 성정(性情)이다. 그러나 타협을 모르는 순수주의자도 있다. 원로 음악평론가인 저자는 100% 청정의 세계를 고집하는 ‘음악감상의 순수주의자’다.
그의 펜끝에서 ‘우리 주변에는 폐수처럼 쏟아지는 소음이 음악의 이름으로 범람하고 있다’는 질타가 나오는 것은 단지 서곡에 불과하다. 소프라노 조안 서덜랜드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는 ‘미각이나 미감이 발달하지 않은 미숙아’ 들을 위한 노래이고, ‘테크닉의 대사제’인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나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도 ‘그들의 신전에 뮤즈(음악의 여신)는 이미 추방되었고 남은 것은 무녀들뿐’이라는 질타를 받는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그의 목소리는 ‘우리를 황홀하게 하면서도 예기치 않게 이따금 천기를 드러낸다’. 모든 음악의 미덕을 적절히 치켜주는 것으로 만족할 독자에게는 이 책이 필요 없다. 때로는 무릎을 치고, 때로 반발심도 느끼며 저자와 한바탕 겨루고자 하는 독자에게 권할 만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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