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아프리카의 역사'

  • 입력 2003년 1월 3일 18시 19분


◇아프리카의 역사

존 아일리프 지음/이한규¤강인황 옮김/560쪽/2만2000원

아프리카는 언제나 우리에게 가장 멀어 보이는 곳이었다. 워낙 이질적인 요소가 혼재된 복잡한 곳이라 통사를 쓰기가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기도 하다. 가장 큰 예를 들자면 사하라 이북지역과 이남 지역은 흔히 ‘백아프리카’와 ‘흑아프리카’라는 약간은 거친 구분법으로 나누어야할 만큼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아프리카 통사 저술은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으며 더군다나 잘 쓰인 아프리카사는 나오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번역된 ‘아프리카의 역사’는 의미 있는 책이다. 저자는 비록 19, 20세기 중앙·동아프리카 전문가이지만 인류의 기원에서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적인 총선과 넬슨 만델라의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전 역사를 다루는 야심 찬 작업에 도전했고, 그 결과 이 책은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아프리카 통사로서 평가받고 있다. 아프리카 역사에서 이질성이 매우 강한 북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통사라는 범위 내에서 균형성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저자인 아일리프의 기본적인 관점은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 자칫 서구인들에게, 또는 우리를 포함한 다른 세계인들에게 비하되기 쉬운 존재인 아프리카를 단지 학문의 대상으로서뿐만 아니라 애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것은 이 책의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건조한 사실 나열이나 서양사 중심의 관점과는 다르게 인구사(人口史)의 관점을 가지고 아프리카를 내재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구변화는 ‘역사적 동력이 정치행위나 경제활동의 수준뿐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근본적 생활조건과 관심사까지 드러내는 결과로서 융합된다는 점’에서 민감한 변화의 지표이기 때문에 아프리카 역사의 각기 다른 시기와 단계를 꿰뚫어볼 수 있는 방법론으로 인구사를 차용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자면 남아프리카에서의 인구성장, 특히 흑인인구의 성장이 아파르트헤이트, 즉 악명 높은 인종격리정책을 붕괴시킨 근본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구사를 기본틀로 설정하면서 다른 요소들을 이 틀 안에서 균형 있게 통합하려 노력하고 있다. 소련공산주의의 몰락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이 남아프리카에 미친 환경변화와 그에 따른 데클레르크의 결단이 아파르트헤이트의 붕괴에 결정적이고 단기적인 원인이었음을 지적함으로써 국제적인 요인과 개인의 역할을 간과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균형감각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완전히 만족할 만한 아프리카 통사가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그리고 편향성이 심한 우리나라 지식계의 풍토에서 이 방대한 저작은 아프리카 이해의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다. 국내에서 드문 아프리카 전문가와 역사학을 전공한 전문 출판인이 번역하기 대단히 어려운 이 저작을 공동으로 꼼꼼히 번역한 점도 높이 살 만하다.

강 규 형 명지대 교수·서양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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