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방]'쫓기는 동물들의 생애 회색곰 왑의 삶'

  • 입력 2003년 1월 3일 18시 33분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 회색곰 왑의 삶

어니스트 시턴 지음/이한음 장석봉 옮김/각권 365·309쪽/1만3000원/지호

오늘날의 30, 40대는 어니스트 시턴(1860∼1946)의 ‘동물기’를 파브르의 ‘곤충기’와 더불어 칼슘이나 철분 같은 ‘필수 영양소’로 알고 자랐다. 읽을 거리가 늘어나고 TV가 매일같이 야생동물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그의 이름이 주는 감동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100년 전 활동한 이 작가의 다큐 문학에는 오늘날에도 감탄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관찰에 나타난 엄밀성 때문이기도 하고, 사소한 관찰을 극적인 드라마로 풀어놓는 그의 문학성 때문이기도 하다. 영상 다큐멘터리에 없는 글자만의 감동이 그의 작품에 숨쉬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일어판 축약본을 중역(重譯)한 반쪽 텍스트밖에 구할 수가 없었고, 최근에는 소개된 작품의 수가 오히려 그전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국내 최초의 ‘무삭제 완역본’을 표방한 시리즈 중 첫 두 권. 출판사측은 올해 다섯 권을 내놓고 전체 일곱 권 정도의 시리즈로 완결하겠다고 밝혔다. 단 시턴의 작품 목록이 방대하기 때문에 전체 작품 목록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덧붙인다.

시턴의 책에서 만나는 동물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우리 인간들이 가장 칭송하는 가치들을 동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서도 그 점은 분명하다. ‘늑대왕 로보는 존엄과 영원한 사랑을, 은점박이 까마귀는 슬기로움을, 빨간 목깃털 메추라기는 순종을, 검정 야생마는 자유 애호를 상징한다.’ ‘참새 랜디의 모험’ 에서는 인간 부부의 일상을 축소해 놓은 듯한 착각마저 든다. 동물들의 모습에 각색은 전혀 없다고 저자는 당당히 밝힌다. 단 경우에 따라 여러 개체를 관찰하고 그 모습을 하나의 주인공에 옮겨놓았을 뿐이다.

시턴의 시대 북미대륙에 인간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동물들의 생활공간은 점점 좁아져갔다. 책의 행간행간에 작가의 안타까움이 읽혀진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가 이어지는 오늘날, 독자의 공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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