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질 촛불시위' 강력대처가 옳다

  • 입력 2003년 1월 3일 18시 33분


맨 처음 뜻은 숭고했다. 미군장갑차에 치여 어이없이 숨진 두 여중생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된 촛불시위였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은 억울한 희생자는 있으나 책임지는 가해자가 없는 상황에 분노하며 촛불을 밝혔다. 한미관계를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시위 참가자들의 의사는 국내외에 충분히 표출됐다.

그러나 시민들의 평화적 애도 행사가 시위 한달을 넘기면서 과격한 폭력 반미 시위로 변질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해 12월31일 집회에서는 시너 등 인화성 물질과 솜방망이가 등장했고 일부에선 경찰차량이 파손됐는가 하면 미대사관이 ‘공격’당하기까지 했으니 과연 무엇을 위한 촛불시위인지 개탄스럽다. 경찰이 폭력성을 띤 불법 집회에 대해 엄정대처 방침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된 것이라고 해도 일에는 순서와 정도가 있어야 한다. 군중심리에 휘둘려 폭력을 선동, 행사하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순수한 추모 성격이 아닌 정치적 목적의 불법 집회는 실정법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법치주의 정신에도 합당하다. 교통정체를 일으키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심야의 거리행진도 자제해야 옳다.

그런데도 시위를 주최하는 여중생 사망 범국민대책위원회측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 전면 개정 및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사과가 이루어질 때까지 촛불시위를 벌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장 해결되기 힘든 요구를 내걸며 데모에 집착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촛불시위 순수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반미 구호를 외치며 과격 폭력집회로 치닫는 촛불시위는 한미공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북한에 빌미를 주어 북핵 위기를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 더 나아가 꽃 같은 두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을 욕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름답게 시작됐던 촛불시위는 경찰이 나서지 않아도 되도록 이제 아름답게 마무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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