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레 지음/하재흥 옮김/312쪽/8500원/실천문학사
베트남의 시인이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및 영화감독인 반레의 장편소설.
강을 사이에 두고 이승과 황천을 오가며 전개되는 이 ‘전쟁 소설’에서 반레는 “평화를 원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을 통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전쟁은 자애가 없지. 전쟁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괴물과 같은 것이니까. 그것은 세상, 인류 전부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지….”
전쟁을 증오한다는 작가의 시선에 짙은 비애가 가라앉아 있지만, 그것은 허무함을 자아내기보다는 삶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끄는 손이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에서 반레는, 다양한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개인이 마지막까지 감당해야 할 책임은 스스로를 추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이것에 의해서만이 공동체가 아름답게 유지된다는 것. 저자의 본명은 ‘레 지 투이’로, ‘반레’는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친구의 이름이다.
반레의 모든 작품은 ‘전쟁’을 한가운데 두고 있다. 그가 만드는 영화도 오직 ‘전쟁 다큐멘터리’뿐이다. “나는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은 내 친구들 이야기를 하고 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은 떠나간 친구들의 영혼에 바쳐졌을 것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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