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개혁 1]비대한 중앙당…1년 경상비만 200억 '돈먹는 하마'

  • 입력 2003년 1월 5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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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모두 정당개혁의 첫 과제로 원내정당화를 꼽고 있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중앙당 조직을 원내중심 정당으로 슬림화하자는 것.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10층이 넘는 대형 빌딩을 중앙당사로 쓰고 있다. 200∼300명의 유급 사무처 당직자는 웬만한 중견기업 규모이다.

정당법상 중앙당엔 150명 이내의 유급 직원을 두도록 돼있기 때문에 양당은 선관위에는 150명 이내의 인원만 신고하고 나머지는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정책위에 이름을 올려놓는 편법을 쓰고 있다.

양당이 건물 유지비와 당직자 인건비 등 경상비로 쏟아 붓는 돈만 해도 해마다 각각 200억원 안팎이다. 중앙당을 두고 ‘돈 먹는 하마’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내정당화 개혁 주장은 사실 지난해 초에도 비등했으나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대규모 인원 동원에 의한 선거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데다 막대한 정치자금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게 되면서 중앙당 축소 문제는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 김원기(金元基) 개혁특위위원장은 2일 “현재의 정당조직을 그대로 두고서는 투명한 당 운영이 불가능하고 정치자금법도 지킬 수 없다”며 “정책중심 정당으로 바꾸면서 중앙당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상당수 의원들은 중앙당사를 국회로 옮기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국회 본관에는 원내교섭단체 지도부 집무실과 정책 및 원내기획 관련 사무실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 국회 사무실은 연중 대부분 텅텅 비어 있기 때문에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 같은 중앙당의 군살빼기는 당 지도체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무처 중심의 거대한 중앙당 체제는 ‘제왕적 총재’가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군중동원식의 세(勢)를 과시하는 시대에 적합했으나 정책중심의 원내정당 체제가 되면 원내총무가 사실상의 당 대표 역할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집단지도체제를 약간 손질하는 수준에서의 당권경쟁이 시작된 데다 당장 원내정당화할 경우 특정 정당이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의 민의를 반영하기 힘들어지고 기존 사무처 직원 처리 문제도 걸려 있어 중앙당의 급격한 축소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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