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에 대비해 위험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일시에 주택담보 융자비율을 낮춰 가계를 압박하다 보면 심각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대출금 상환을 위한 주택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심리적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은 급락할 위험성이 크다. 자칫하다가는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집을 팔더라도 대출금 갚기에 모자라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은행돈 빌려 어렵사리 내집 마련의 꿈을 성취한 수많은 채무자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냉온탕식 부동산정책과 손쉬운 돈 장사에 맛을 들인 은행들의 방만한 경영에 책임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건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방치하다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작년 11월 신규 주택대출의 융자비율 인하를 종용하고 나섰다. 정부는 재산세 인상과 세무조사 등 융단폭격식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번에는 주택담보 대출의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경제위기 이후 위험부담이 높은 기업금융 대신에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가계금융을 늘려나가 주택담보대출 총액이 88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시장이 일본처럼 장기 침체로 빠져들 경우 은행의 부실화로 제2의 금융위기를 우려해야 할 만큼 주택대출의 규모가 커졌다. 대출금의 급격한 회수로 부동산시장에 충격파가 몰리도록 하면 안 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주택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한꺼번에 목돈 마련이 쉽지 않은 봉급 생활자들이다. 주택자금을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장기대출로 전환해야 하며 융자비율이 냉온탕식 부동산정책에 따라 춤을 추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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