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단체 정치세력화 우려된다

  • 입력 2003년 1월 6일 18시 02분


새해 들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 활동하면서 시민단체 얘기가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검찰인사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인사를 포함시키기로 하는가 하면 재벌의 불공정거래 및 독과점 행위에 대해 시민단체가 검찰에 직접 고발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새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에 시민단체 추천을 적극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정부조직 개편, 교육개혁 등에도 시민단체의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간다면 국정의 모든 분야에 시민단체가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어제 시민 사회단체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시민단체가 추구하는 세상과 차기정권이 추구하는 세상이 다르지 않다”며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에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중용한 데 이어 새 정부에서 시민단체의 국정참여 비중이 높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물론 시민단체의 국정참여는 참여민주주의의 확대와 열린 정치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없지 않다. 또 지난 시절 후진정치의 질곡에서 정당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이뤄낸 여러 성과도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권력이나 당파성으로부터 독립되어 견제와 감시, 대안 제시를 할 때만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하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보였던 친(親)권력적 친당파적 행태가 시민단체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국민을 실망시켰던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 당선자측도 시민단체를 ‘정치적 동반자’로 끌어들이려 해서는 안 된다. 시민단체가 권력의 건강한 비판자, 감시자로 기능할 수 있도록 그 순수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자면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시민단체간의 적절한 긴장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그것이 새 정부도 살고 시민단체도 사는 길이다. 정치세력화된 시민단체는 이미 시민단체가 아니다. 우리의 우려가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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