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위용/시민단체가 검찰인사까지?

  • 입력 2003년 1월 6일 18시 24분


“시민단체 인사가 검찰 인사위원회에 참여해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요즘 검찰 간부들은 연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발(發)로 쏟아지는 검찰 개혁안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지난주에는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수사권을 지닌 권력형비리조사처를 설치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이번 주 초에는 검찰 인사위원회 위원 9명 가운데 재야 법조계와 시민단체 인사가 6명이 포함되며 기구의 성격도 심의 및 의결기구로 바꿀 것을 검토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두 가지 모두 현행 검찰 조직의 근간을 뒤흔들 사안이다. 권력형비리조사처의 독립은 검찰만이 소추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현행 기소독점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고 검찰 인사위 개혁안이 사실이라면 검찰 조직은 일시에 뒤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아직 출범하지 않은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검찰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 외부 인사가 검찰 인사위에 들어가 검찰 인사를 결정한다면 외부 인사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은 누가 보장하느냐”며 개혁안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대검의 한 간부도 “검찰에서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검찰 인사에 개입한다면 그야말로 선무당 사람 죽이는 일”이라며 “말도 되지 않는 카드로 검찰을 시험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출범으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비전문가그룹이 이끄는 개혁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대체적인 기류인 것 같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일각에서는 인수위가 개혁안을 공식적으로 내놓기 전에 검찰 지휘부가 개혁을 먼저 추진하는 등 ‘선수(先手)’를 쳐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대중(金大中) 정부 5년 동안 숱한 편파 왜곡 수사 및 잘못된 인사 시비를 불렀던 검찰이 ‘선수’로서의 개혁이 아니라 진정으로 스스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검찰은 인수위가 그런 개혁안을 들고 나오게 된 토양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정위용기자 사회1부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