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 앞에서 일하는 윤락녀 김지민씨(가명·23)는 서울시의 윤락가 재개발 방침에 대해 6일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속칭 미아리 텍사스, 청량리 588, 용산역 텍사스 등 강북 윤락가 3곳을 내년부터 본격 개발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현지 종사자들은 의구심을 표시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 588. 이곳에서 20년간 윤락업소의 주방 일을 해왔다는 김모씨(55·여)는 “재개발 이야기는 80년대부터 있었다”며 “업주와 건물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윤락가 특성 때문에 재개발이 쉽게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락녀 정모씨(25)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어디로 가겠느냐”며 “업주도 재개발에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장사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락가 여성들은 재개발사업이 추진돼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되면 서울에서 가까운 다른 윤락가로 자리를 옮겨 일을 계속하겠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들 여성은 시가 윤락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재취업 교육에 대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용산역 텍사스의 윤락녀 최모씨(23)는 “재개발이 시작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라며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평택, 수원 등 서울 인근으로 가서 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락녀 한모씨(24)는 “직업교육을 시켜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재 한 달에 500만원 이상을 버는 여성들이 수입이 감소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을 받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윤락가에서 청소나 주방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중장년 여성들은 자신들의 생활터전을 잃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하는 윤모씨(49)는 “10대에 서울에 올라와 줄곧 이곳에서 밥을 해주며 아이들 공부까지 시켰다”며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아리 텍사스에서 고객 유치를 맡고 있는 김모씨(47·여)는 “하루 먹고살기도 힘든데 툭하면 경찰서에 끌려가 죄인 취급을 받는 것이 서럽다”며 “대통령당선자도 이곳에 와 보면 서민의 사정을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량리 588 지역의 한 교회 목사는 “현실적으로 윤락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양성화해서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윤락가가 다른 곳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재개발 계획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