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언론' 윤리, 이 수준인가

  • 입력 2003년 1월 8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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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가 모 신문사 게시판에 촛불시위를 제안하는 글을 올린 뒤 그것이 남의 글인 것처럼 인용해 기사를 썼다는 사실은 충격과 서글픔을 안겨준다. 이는 ID ‘앙마’를 쓰는 한 개인의 실수라 할 수 없다. 아무리 의도가 좋았다 하더라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기사 조작은 언론의 근본적 정신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행위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 운동의 도덕성을 뒤흔든 무책임한 선동이며, 나아가 순수한 의도로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모독한 사기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짓여론을 바탕으로 촉발된 촛불시위는 결과적으로 반미집회로 이어졌고 한미공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재로 등장했다. 미 대사관을 ‘공격’하는 등 폭력적 양상까지 나타나 최근 들어서는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미동포 기업인들은 이 때문에 미국 내 기업활동이 힘들어졌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이 지경까지 악화된 촛불시위가 언론을 표방한 한 인터넷 매체 구성원의 자작극에서 비롯됐다니 이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이 시민기자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까지 했던 오마이뉴스가 이에 대해 “몰랐다”고 할 뿐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비겁하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빠른 전파력 등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한 인터넷매체가 이제는 여론을 왜곡하고 대중을 선동하는가 하면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는 사이버테러까지 감행하는 등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자리잡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언론의 생명은 정확성과 공정성이다. 인터넷 언론도 언론이라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 등 언론으로서의 어떠한 감독과 규제도 받지 않으면서 아무런 윤리의식 없이 무소불위의 특권을 누리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인터넷 매체는 물론 인터넷 사용자들도 인터넷 권력의 민주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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