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총장 임기보장 당연하다

  • 입력 2003년 1월 8일 18시 15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정치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현 김각영 검찰총장의 임기를 존중할 생각이라고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노 당선자가 굳이 상식적인 원칙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금의 현실이 그것이다.

최근 노 당선자 주변 인사들이 취임한 지 2개월밖에 안된 김 총장 교체론을 흘린 것은 사려 깊지 못한 일이었다. 총장 임기제 자체가 바로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는 것인데도, 같은 목적을 위한 검찰개혁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총장 교체를 거론한 것은 사리에 어긋난 일이기도 했다.

일부 인사들의 경솔한 발언에선 다른 의도까지 엿보였다. “총장 임기 2년은 지켜져야 하나 노 당선자 본인이 임명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거나 “김 총장이 새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게 도리다”는 등의 얘기는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마치 검찰조직을 향해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 같았다.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듯한 자세는 위험하다. 언젠가는 검찰조직을 장악하고 검찰권을 정권에 예속시키려는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개혁은 또 구두선에 그치고 만다. 1988년 임기제 도입 이후 임명된 10명의 총장 중 6명이나 중도하차한 것과 오늘날 검찰의 일그러진 모습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노 당선자가 총장 교체론에 제동을 건 것도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유념하고 경계할 대목이 있다. 정치상황이 나쁠수록 검찰에 의존해 정국을 통제하고자 하는 권력의 타성을 근절하지 않는 한 검찰을 흔드는 발상은 언제 어디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총장 교체론이 나온 데는 검찰쪽 책임도 없지 않다. 따라서 검찰은 노 당선자 발언에 안도하기보다 이번 일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도록 스스로 노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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