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야’자도 모르던 이송정씨는 “처음 봤을 때는 모델인 줄 알았다. 안정환 선수는 알고 있었는데 이승엽이 누군 지는 정말 몰랐다”며 첫 만남을 떠올렸다.
연애기간은 1년 남짓 지속됐다. 둘은 서로의 “착한 마음씨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야구에 ‘문외한’이던 이송정씨는 이승엽을 만난 뒤부터 가끔 야구장을 찾았다.
이승엽은 “아내가 처음 야구장에 왔을 때 나보고 ‘왜 자꾸 눕냐. 다치니까 눕지 말라’고 야단을 쳤다”며 킥킥 웃었다. 슬라이딩 하는 걸 눕는다고 했다는 얘기.
둘은 지난해 1월 결혼식을 올렸다. ‘국민타자’의 결혼식 축가는 ‘국민가수’ 윤도현이 불렀다.
둘의 보금자리는 대구시 수성동의 33평짜리 ○○아파트. 이승엽의 부모인 이춘광(60)-김미자씨(53)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동이다. 수시로 부모님 댁을 방문하다보니 사실상 모시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의 가장 큰 걱정은 어머니 김미자씨의 건강. 김씨는 지난해 2월 뇌종양수술을 받고 치료중이다. 하루빨리 어머니가 완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이들의 소망이다.
이송정씨가 결혼한 뒤 가장 가슴 아팠던 것도 지난해 2월 시어머니의 수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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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오빠는 해외전지훈련 때문에 집에 없는데 시어머님이 그 위험한 뇌수술을 받으시니 얼마나 놀랐겠어요. 그것도 결혼 한 달밖에 안됐던 때였는데…”라며 속상했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송정씨는 시즌중 남편이 대구구장으로 가거나 지방출장을 떠나면 시부모님댁을 방문하거나 집에 혼자 있을 때가 많다. 서울 토박이라 대구에 친구가 거의 없기 때문. 혼자서 컴퓨터로 영어회화 공부를 하거나 테트리스 게임으로 시간을 보낸다.
이씨는 “남들은 오빠가 무뚝뚝할 거라고 하는데 가끔 웃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머감각은 없지만 노력은 많이 하는 편이라나. 하지만 경기에서 지거나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너무 시무룩해서 말도 못붙일 정도라고.
이들부부도 남들처럼 가끔 싸운다. 다만 대부분의 부부와는 달리 아내쪽에서 먼저 화해를 시도하는 게 특이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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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싸우고 나면 무슨 남자가 말도 안하고 침대에서 이불에 얼굴을 푹 파묻고 있어요. 보다 못해 내가 웃으면서 화를 풀죠.”
이승엽은 “경상도 사내라서 그런지 ‘미안하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데도 입이 안 떨어지데요”라며 멋쩍게 웃는다. 그래도 쉬는 날이면 팔을 걷어부치고 청소는 물론 자잘구레한 집안 일까지 도맡아 한다는 주장.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이승엽에게 올해는 가장 중요한 시즌. 올 시즌을 잘 해야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미국 무대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월말부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다듬을 계획.
특별히 가고 싶은 팀은 없다. 제대로 자리를 잡고 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구단이라도 상관없다는 입장. 입단해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뜻이다.
올해 연봉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삼성은 이미 국내선수중 최고대우를 보장했다. 지난해 4억1000만원을 받은 이승엽은 “한 7억원쯤 주면 좋겠지만…. 최소 6억원 이상은 주지 않겠느냐”며 느긋한 표정.
이송정씨가 요즘 영어회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남편의 미국진출에 대비해서다. 중앙대 연극학과에 재학중인 이씨는 “미국에 가면 일단 랭귀지스쿨에 들어가 영어를 익힌 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에피소드 하나
식사중 이승엽이 작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 동점 3점홈런을 빼앗아낸 LG 투수 이상훈 얘기가 나왔다. 이승엽은 “정말 존경스럽고 남자다운 선배”라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6차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나오려는데 상훈이 형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전화기에 찍힌 번호를 보고 받을 까 말까 고민하다 받았는데 형이 ‘축하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경기중에 일어난 일 갖고 그럴 필요 없다’며 오히려 나를 신경써주잖아요. 나라면 먼저 그렇게 전화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상훈은 이승엽이 고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야구 선배였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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