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순형 의원의 합리적 '쓴소리'

  • 입력 2003년 1월 16일 19시 09분


민주당 내 ‘개혁파 의원들의 수장(首長)’인 조순형(趙舜衡) 의원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한 ‘쓴소리’는 사실 상식과 이치에 맞는 당연한 말일 뿐이다. 당연한 말이 ‘쓴소리’로 해석되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당선 후 워싱턴에 세 차례밖에 다녀가지 않았다. 노 당선자도 매일 인수위에 출근해 인수위와 정부의 싸움을 말리는 데 매달릴 게 아니라 조용히 국정운영을 구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당선자가 정부 부처에 대해 예산타령하지 말라고 했는데 정부 부처가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며 이야기를 못하게 하는 것은 ‘토론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당선자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노 당선자가 인수위와 정부의 싸움을 말린다고 했지만 오히려 ‘인수위 편들기’로 비치는 게 현실이다. 인수위가 마치 정책결정기관인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 당선자는 조 의원의 ‘충고’대로 인수위와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하는 것이 조 의원의 말대로 인수위가 ‘정부업무를 파악해 당선자에게 보고하는 선에서 머무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인수위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이거 어디 무서워서…”라는 말이 오간다는 것은 ‘정부 부처가 이야기 못하게 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다. 인수위측이 언론보도의 본질은 외면한 채 ‘흠집내기’라며 발끈하고 고압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토론공화국’은커녕 보다 기본적인 언론자유를 손상하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을 도와야 할 인수위가 ‘개혁독점’의 과잉 의욕으로 정부 및 언론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노 당선자가 조 의원의 ‘쓴소리’에서 ‘인수위의 문제’를 통찰하고 바로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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