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격한 개혁, 외국기업 발 돌린다'

  • 입력 2003년 1월 16일 19시 09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계속 터져 나온 재벌정책 발언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국내기업뿐 아니라 외국인 기업들까지 몸을 사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확정된 정책이 아닌 것도 많지만 재벌개혁 시민운동 전력의 경제학자들이 다수 포진한 것만으로도 국내외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적지 않은 것 같다.

주한미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 명예회장이 인수위가 주최한 정책간담회에서 “외국기업들이 국내사정을 감안해 대한투자를 보류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발언 내용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 대표들은 본보가 주최한 좌담회에서도 “재벌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급격한 개혁은 외국기업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 것”이라며 개혁작업의 완급 조절을 주문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에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기업 정책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선회해서는 곤란하다. 이들은 차기 정부가 기업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새 정권과 기업간의 갈등양상이 국내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인 기업까지도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도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여건에서 단기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리다 보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 생산성은 오르지 않고 인건비만 상승하면 외국인 기업들에는 한국을 떠나는 선택만이 남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갖은 고생을 다했다. 만에 하나 외국자본이 불안감을 느껴 한국시장을 떠나지 않도록 새 정권의 경제개혁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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