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수소혁명/'에너지위기' 수소에 해결책 있다

  • 입력 2003년 1월 17일 17시 54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그로스크로첸부르크 화력발전소 근처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 수소혁명은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가져올 것인가.동아일보 자료사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그로스크로첸부르크 화력발전소 근처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 수소혁명은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가져올 것인가.동아일보 자료사진
◇수소혁명

제러미 리프킨 지음/이진수 옮김/361쪽/1만4000원/민음사

미국의 이라크전 개전 여부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베네수엘라 석유노조의 파업까지 겹쳐 원유가 배럴당 3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원유 수입에 2000년 이후 매년 200억달러 이상을 지불해 온 우리로서는 이번 겨울이 더욱 춥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책은 미래사회를 향해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의 화두를 던진 제러미 리프킨이 내놓은 또 하나의 미래서다. 이번에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위기를 경고하고 그 해결책을 제안한다. 원제인 ‘The hydrogen economy’(2002년)보다 더 강한 인상을 풍기는 ‘수소혁명’이란 제목을 달고 나왔지만 오히려 책의 내용에 더 잘 부합하는 것 같다.

20세기를 지탱하게 해준 화석연료, 특히 석유는 몇십년 안에 고갈될 것이며 얼마 남지 않은 석유마저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지역에만 남아 있게 된다고 저자는 경종을 울린다.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문제가 일으킬 재앙을 지적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대안으로 수소에너지체제로 가자고 역설한다.

수소의 장점은 우선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자 물의 구성원소인 만큼 거의 무궁무진한 자원이라는 점, 그리고 연료전지 등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고 기체연료로 쓸 수 있으며 풍부하게 공급되고 있는 태양에너지의 중요한 저장 수단 즉 에너지 매체라는 점이다. 하지만 석탄 석유 등과 같이 땅에서 캐낼 수 있는 에너지(1차 에너지)가 아닌 변환 과정을 거쳐 얻어야 하는 2차 에너지이다. 아직은 경제성이 뒤지지만 한 예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물을 분해하여 수소로 저장해 필요시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자는 것이다. 지역별로 산재한 연료전지 등을 이용한 소규모의 발전소(분산전원)를 만들고 이를 기존 전력망에 끌어들여 세계적인 규모의 수소에너지망(HEW)을 형성하자는 구상은 에너지 소비자가 잠재적인 에너지 생산자가 될 수 있어 정보 소비자가 정보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인터넷망과 같이 민주적인 에너지 권력시대로의 변혁인 것이다.

이 책은 석유 등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체제가 갖는 문제점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해결책으로 거론하고 있는 수소에너지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만 최소한 왜 새로운 에너지 체계가 필요하고 이것이 왜 수소에너지여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모자람이 없다.

수소에너지라고 하면 이상적이기는 하나 현실과는 먼 미래에너지 또는 낯설고 위험할지도 모르는 에너지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1960년대 우주에서나 사용하던 고급 기술인 연료전지기술이 이제는 지상으로 내려와 자동차도 굴리고 전기도 생산하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국제표준기구(ISO)에서도 에너지 이용을 목적으로 수소 제조, 저장, 측정 및 이용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미 몇 가지 기술 표준이 이루어진 바 있다. 이 책에 힘입어 정책입안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수소에너지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를 기대한다.

김종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에너지연구센터장·고효율수소제조기술개발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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