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서래(達摩西來)’, ‘달마동래(達摩東來)’.
중국의 불교문헌에 곧잘 나오는 말이지만 풀이하는 방법은 정반대다. 앞은 ‘달마가 서쪽에서 왔다’, 뒤는 ‘달마가 동쪽으로 왔다’로 해석해야 한다.
좋게 말하면 융통성이요, 나쁘게 말하면 엄밀성의 부족이다. 그러나 막상 중국인들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왜? 책 제목대로 중국인은 ‘임기응변’의 민족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중문학을 전공한 교수인 저자는 도처에서 중국인의 ‘임기응변’을 찾아낸다. 대만의 택시기사들은 차안에 불상과 성모상, 도교 신의 인형을 잔뜩 걸어놓는다. 이유를 물으면 “급할 때 어느 분이 도움이 되어 줄지 누가 아느냐”라는 것.
이런 면에서 중국인의 임기응변은 철저히 실리주의적인 성격과도 통한다. 유교의 덕목 중 일본이 충(忠)을, 한국이 효(孝)를 더욱 강조하는 데 비해 중국인들은 유독 신(信)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왜 이런 성격이 형성됐을까. 저자는 우선 중국문화의 요람인 황허(黃河)가 문명의 어머니로서 너무 ‘사나운’ 편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강의 변덕과 범람에 따라 삽시간에 명운이 좌우됐던 중국인의 조상들로서는 위급한 상황에 따라 융통성있는 처방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한자(漢字)가 분석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인 문자라는 점도 중국문화에 임기응변적 성격을 더해준다. 중국의 예술비평에서 ‘전아(典雅)하다’ ‘완약(婉弱)하다’는 등 직관적 평가가 선호되는 것도 ‘대상의 전모를 순간에 파악하고 대처하는’ 두뇌 활용에서 기인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책 마지막 장은 이런 중국적 ‘임기응변성’의 장단점을 논하는 데 할애된다.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 다원주의적 다양성 용인은 분명 장점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규범보다 상황논리에 좌우되고 세(勢)의 논리로 휩쓸려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책은 결론을 맺는다.
미니췬(迷니裙·미니스커트·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치마)과 이마이더(易買得·이마트·물건 사기 쉬운 곳)가 물결을 이루고 있는 오늘날 중국인의 의식세계를 엿보고자 하는 우리에게 좋은 단서를 제공해준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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