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현실을 압도해 가는 시대에 정치인에 대한 미디어의 이미지 조작은 현실 정치를 왜곡하기도 한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이미지는 현실의 정치인을 대치하기까지 한다.
미국 뉴욕대 미디어학 교수인 저자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던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9·11사태라는 위기를 맞아 전세계의 악과 맞서는 평화의 수호자로 부상된 과정을 하나하나 점검한다. 그는 이를 통해 TV가 여론을 호도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은밀히 대통령으로 만드는 지경에까지 이른 미국의 현실을 고발하며 미국민들에게 현실을 정확하게 보라고 호소한다. 이 호소는 이미 미디어의 시대에 접어들어 있는 한국사회에도 유효하다.
저자에 따르면 평범하고 반복되는 언어를 사용하는 부시 대통령은 TV를 통해 오히려 느낀 것을 그대로 말하는 평범하고 친숙한 대통령, 미국인의 정서를 잘 대변하는 대통령으로 포장됐다. 저자는 TV에서 사용된 부시 대통령의 언어에 대한 분석을 통해 TV 이미지의 허구성을 파헤친다. 대통령의 여러 가지 결점 중에서도 적절치 못한 언어 사용은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결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시 대통령의 부정확한 발음, 문법, 어휘 사용 등을 지적하며 혹독한 평가를 내린다. “근대 대통령 중 어느 누구도 웅변과 학식 면에서 부시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그는 방송에 보도된 부시 대통령의 말을 비교하며 그의 ‘거짓말’도 밝혀내고 세상을 선과 악으로 절단하는 기독교 원리주의적 성향의 위험성도 지적한다.
그러나 이 책의 의도는 부시 대통령 개인을 조롱하고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 언론의 대통령 만들기와 9·11사태 이후 언론에 의한 부시 대통령의 영웅화 경향을 경계하며 미국이 추구해 온 진실된 민주주의의 회복을 주장하는 것이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불행히도 저자의 사정권 안에 자주 노출되는 좋은 표적이 됐다.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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