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인터넷 소외층의 여론은…

  • 입력 2003년 1월 17일 18시 04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인터넷선거 기획을 맡았던 천호선(千皓宣)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은 신동아 2001년 5월호에 “차기 대통령은 인터넷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요지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인터넷의 영향력은 선거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당선 후에도 네티즌의 지속적인 개입과 감시, 그리고 온라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인터넷은 노 후보의 당선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더 나아가 네티즌의 개입과 감시가 벌써 노 당선자의 운신에 많은 압력을 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인수위가 받은 인사와 정책에 관한 국민 제안은 10건 가운데 9건꼴로 인터넷을 통해 접수됐다고 한다. 인터넷의 편리함이 직접 방문은 물론 팩스 전화 우편도 압도한 결과다.

인터넷은 편리할 뿐만 아니라 신속한 쌍방향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인터넷이 경제와 마찬가지로 정치분야에서도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한계와 부작용을 외면한 채 인터넷이 여론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정치적 비용(코스트)은 오히려 늘어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보사회의 가장 큰 그늘은 ‘정보 격차(디지털 디바이드)’다.

지난해 3월 통계청 조사에서 60대 이상의 94.6%, 50대의 78.7%, 40대의 51.8%가 컴퓨터를 쓸 줄 모른다고 응답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20대가 10명에 9명, 30대는 7명꼴이다. 그러나 40대는 10명에 4명, 50대 이상은 1명에 그친다.

경제 분야에서 닷컴 붐이 한창일 때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온라인기업은 오프라인과 철저하게 단절해야 고속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닷컴기업의 잇따른 도산과 함께 불과 몇 년 만에 막을 내렸다. 지금은 세계적인 닷컴기업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터넷 정치가 인터넷 경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가만히 앉아서 인터넷에 귀를 열어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보 소외계층’을 스스로 찾아가 여론을 들으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인수위보다는 국민이 상전 아닌가.

천광암 경제부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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