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이런 음험하고 시대착오적인 인터넷문서를 만들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선거 기여도’에 따른 등급 분류와 함께 비협조 세력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쪽에서 만들었는지 대충은 짐작이 간다. 노 당선자측은 자신들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며 그런 내용을 보도한 언론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홈페이지 관리자로서 출처불명의 근거 없는 내용이라면 당연히 삭제해야지 이를 보도한 언론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익명의 울타리 속에 숨어 정치적 편가르기를 시도하는 것은 참으로 비겁한 일이다. 아무리 정치윤리가 땅에 떨어졌다 해도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그처럼 마녀사냥식으로 재단(裁斷)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한 인간에 대한 명예훼손이고 개인에 대한 사이버테러다. 우리는 특히 이 문서에서 정치보복의 냄새가 짙게 묻어 나고 있음을 경계한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당 개혁작업과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이 리스트가 활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실정이다.
되돌아보면 한국정치는 전환기 때마다 이런 흉흉한 문서들이 나돌아 정치판을 흐려 놓았다. 건전한 경쟁이 아니라 야비한 방식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겨온 경우가 허다했다. ‘낡은 정치 청산’을 내걸고 승리한 민주당 주변에 아직도 이런 비민주적 발상들이 숨쉬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노 당선자가 강조해온 통합의 정치, 화해의 정치와도 맞지 않다. ‘살생부’나 만드는 것 같은 낡은 행태와 습성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큰 정치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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