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내셔널 어젠다委 제안 12]사회보험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41분


큰 제목 : 사회보험 공단을 국민 서비스기관으로 혁신하자

소제목 : 보험료 부과·징수기능은 국세청으로 이관

국민에게 ‘보험료 징수기관’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각인된 사회보험 관련 공단을 대(對)국민 서비스기관으로 혁신하고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은 국세청으로 이관시키자.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그리고 고용보험 등 우리나라의 4대 사회보험은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이 각각 관리하고 있다.

가입자의 관리, 보험료 부과징수, 그리고 급여 업무 등 사회보험의 모든 과정을 공단에서 관리하는 현행 체계는 두 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연재물 리스트로 바로가기

▽현 체제 문제점〓첫째, 사회보험공단이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기능이 너무 취약해 많은 국민이 공단을 매달 보험료만 걷어 가는 보험료 징수기관쯤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민이 보험료 납부에 저항하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의료보험의 보험자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마땅히 어떤 병원이 어떤 질병을 잘 보는지 필요한 정보를 가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보험자가 이런 기능을 못하니 국민은 그저 ‘입소문’에 의존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들락거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돈이 낭비됨은 물론이다.

둘째, 각 공단은 당연히 보험에 가입시켜야 할 국민을 관리하지 못하다 보니 대규모의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국민연금은 약 600만명, 산재보험은 임금근로자의 20%에 해당하는 276만명, 고용보험은 48%에 해당하는 643만명을 가입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회보험에서 제외된 사람 대부분은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근로자, 영세자영자 등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이다. 공단은 보호가 필요한 소외계층을 보호하지 못하는 데 중앙정부와 더불어 상당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가? 그것은 정부와 사회보험공단이 변화하는 국민의 욕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보험공단은 설립 때부터 보험료 부과, 징수 업무 위주로 직제가 짜여져 있고 이 체제는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공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46%∼61%의 직원이 보험료 부과, 징수업무와 자격 관리에 매달리고 있으며 서비스 행정에는 극히 적은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의 공단처럼 가입자인 국민에 대한 서비스 업무의 개발과 시행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미국 일본 사례는 박스기사 참조). 여기에 정부는 공단의 인력 축소에만 급급하여 보험자의 핵심 업무 중의 하나인 가입자를 위한 서비스 업무 개발에는 극히 소극적이었다. 공단직원들이 미가입자나 사업주를 찾아다니며 사회보험의 장점을 설명하고 가입을 설득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부과징수 업무를 과감히 국세청으로 이관하고 각 공단은 대(對)국민 서비스 조직으로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

미국과 스웨덴 등은 이미 국세청이 사회보험료를 일괄 징수하여 각 공단에 기금을 이전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국도 사회보험료 징수 기능을 국세청으로 완전히 이관했다(박스기사 참조).

국세청의 자영자 소득 파악 능력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희망은 사회보험공단보다는 국세청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사회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이 법적으로 국세청 고유 업무가 된다면 최근 몇년간 축적한 방대한 소득 관련 자료와 전산시스템을 바탕으로 보험료 부담의 불공평성 시비를 현저히 줄일 수 있고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규모도 상당히 축소시킬 수 있다.

보험료 부과징수 업무를 국세청으로 이관시키면 사회보험공단도 대국민 서비스기관으로 변신할 결정적 기회가 주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0년 의료기관별 제왕절개 분만율을 실명으로 공개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던 제왕절개 분만율을 낮춰 가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공단의 대국민서비스 기능 강화가 긍정적으로 사회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상징적 사례이다.

공단은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하려 해도 정부의 정원 통제와 예산 제약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공단이 보험료 부과징수 업무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국민 서비스기관으로의 획기적 전환은 거의 불가능하다. 부과·징수업무의 조정이 반드시 인력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업무가 개발, 확대되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진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신뢰하는 기관에서 근무한다는 공단직원들의 직업적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다.

대표집필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美·日의 건보공단▼

미국의 공공 의료보험을 관리하고 있는 CMS(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는 수많은 민간 보험회사들과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보험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 업무를 개발하고 확대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기관의 자격에 관한 심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이다. CMS는 엄격한 심사와 인증 과정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기관만을 선정해 계약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질 낮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자격심사 과정을 통해 취합된 병원에 대한 정보는 거의 모두 가입자들에게 공개된다.

가입자들은 자기가 진료받을 의료기관과 의사들에 대한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병원이 자신의 질병치료에 가장 적합한지를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각 지부에서는 가입자들에 대한 의료상담 서비스와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CMS는 가입자의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동시에 미국 의료계의 최대 골칫거리인 의료비 급증을 억제하는 등의 부수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도 건강보험조합이 더 이상 정부의 대리인이 아닌 보험 가입자의 대리인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가입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업무가 확충되고 있다.

‘보험자 기능 강화론’으로 불리는 이 흐름은 의료기관 관리에 대한 개별 보험자의 자율성 제고와 보험 가입자에 대한 적극적인 이익대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의 건강보험조합들은 가입자에게 의료기관에 대한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입자의 고충과 불만을 청취하여 의료기관과 교섭하는 등의 기능 강화도 서두르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조합마다 가입자에게 만성질환의 예방 및 상담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건강교육도 보험자 주도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의료보험공단의 대(對) 국민 서비스의 수준만 놓고 볼 때, 미국은 앞서가고 있고, 일본은 따라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뒤져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분발이 필요하다.

김교성 숭실대 교수·사회사업학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사회보장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영국 정부는 99년 4월 전폭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사회보험료 징수를 담당했던 사회보장성 산하의 징수청을 국세청으로 이관시킨 것.

이 같은 조치는 국세청 과세자료를 기준으로 사회보장성 산하 징수청에서 일정액의 사회보험료를 징수해오다 국세청으로 징수업무를 일원화하기 위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징수는 국세청에서 도맡아 하고 연금 고용 질병 급여 등 현금 급여는 사회보장성의 급여청, 국민보건서비스는 보건성에서 관리하게 됐다. 이런 조치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는 먼저 효율성과 투명성.

한국에서처럼 한 사람의 소득과 보험료 부담 능력을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건강보험관리공단, 그리고 국세청이 각각 다르게 평가하는 일은 생각할 수 없다. 또 일원화된 소득 신고 창구가 없어 정부 각 기관이 각기 서로 다른 기준으로 소득을 평가해 사회보험료를 부과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징수청이 국세청으로 이관돼 국세청 내 집행국으로 거듭난 국민보험기여국(NICO·Inland Revenue National Insurance Contribution Office)은 국민보험 납부자에 대한 기여기록 관리 및 기여금 징수를 담당하고 있다. 140만명의 고용주, 300만명 이상의 자영업자, 470만명 이상의 개인연금집단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한층 일률적이고 정확한 징수 업무가 가능하다.

NICO는 또 국민의 고충을 지역사무소별로 접수해 해결하고, 그래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접수인은 부감독관에게 의뢰할 수 있다.

NICO 내에는 모두 5명의 부감독관이 있으며 이들은 각각 △기여 기록 개정 및 관리 △계약 해지자 △신규가입자 및 자영자의 보험료 체납 문제 △국민보험 계정 유지 및 시스템 △해외 노동자 관련 서비스 및 파산한 회사 개인의 기여 징수 문제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