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규택 총무가 “(대통령이) 야당을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면 과거 같은 발목잡기는 없어질 것이다”고 화답한 것도 기대를 부풀게 한다. 같은 당 박종희 대변인은 한걸음 나아가 ‘상생(相生)의 정치’를 다짐하고 주문했다. 노 당선자가 총리 인선도 야당과 사전 협의하겠다고 한 만큼 일단 출발은 순조로워 보인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에 화기가 돌면 국정엔 윤기가 돌고 국민의 얼굴엔 화색이 돌기 마련이다.
그러나 상쟁(相爭)의 불씨가 도처에 남아 있어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대통령직인수위법안과 인사청문회법안 등의 합의 처리를 논의하기 위한 어제 총무회담도 각종 의혹 규명을 둘러싼 기 싸움 끝에 결렬됐다. 그것도 양당의 복잡한 집안사정 때문이라고 하니 좋지 않은 습관일수록 버리기가 정말 어려운 모양이다. 요즘 민주당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살생부’ 같은 것도 상생의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상생의 정치가 정권 출범기의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여야간에 상호이해와 신뢰를 더욱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행하고 경쟁의 룰을 지키며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또 일방적인 완승보다는 절반씩의 공동승리를 지향하면서 대화와 설득, 타협과 양보의 미덕을 익혀야 한다.
우리 정치도 국민 수준에 걸맞은 격(格)을 갖출 때가 됐다. 물론 여권이 솔선해야 한다. 그리고 야당도 보다 대국적인 자세로 여권을 상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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