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한국명 김채곤씨(63). 유학 갔다 미국에 귀화해 미 해군정보국에서 20년간 컴퓨터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96년 9월 연방수사국 요원에게 체포됐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무관과 공모해 북한의 동향 정보 수십건을 한국에 제공한 혐의였다. 그저 한국을 위한 것이었고 대가도 없었다. 무관은 한국으로 소환됐고 김씨는 재판 끝에 9년의 징역형과 3년의 보호관찰형을 선고받고 연방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그러나 그의 정보를 받은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그를 위해 한 일은 없다. 한국 정부와 무관하기 때문이라나.
▷조너선 폴라드(49). 미국에서 태어난 유대계 미국인이다. 미 해군정보국 근무 중 국가기밀 1000여건을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넘겨준 혐의로 85년 체포되었다. 그는 미 첩보위성이 촬영한 중동 군사시설 사진과 이스라엘 내 미국 정보요원들의 활동 상황 등을 제공했고, 대가로 5만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그가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아예 자국 시민으로 만든 후 지금까지 그의 석방을 위해 공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성화에 못 이겨 사건 재검토를 약속까지 했을 정도다.
▷로버트 김씨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 자신의 석방을 미국 정부에 요청해 달라는 탄원서를 보내왔다고 한다. 요양원에서 투병중인 아버지 김상영씨(89)의 임종을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김씨는 99년 아들을 보러 미국에 갔다가 면회 하루 전날 뇌중풍으로 쓰러졌다. 이제 치매까지 겹쳐 1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아들은 “임종 참석 가능 여부는 하늘이 정해 놓은 일이지만 그래도 길이 있다고 믿기에 탄원서를 올린다”고 적었다. 자신 때문에 쓰러진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도 못 볼까 걱정하는 장남의 한스러운 눈물이 보이는 듯하다. 이스라엘 총리의 대변인은 2년 전 폴라드씨에 대해 “이스라엘에 봉사한 사람을 위해 싸우는 것은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누군가도 ‘도덕적 의무’로 로버트 김씨를 위해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
문명호 논설위원 munm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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