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세가지 질문'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 입력 2003년 1월 21일 16시 27분



세 가지 질문

존 무스 글 그림 김연수 옮김

28쪽 9000원 달리(6∼9세)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1903년 동화 한 편을 내놓는다. 사상가이자 사회개혁가답게 철학적 성찰이 깃든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동화였다. 그의 나이 일흔을 훨씬 넘기고서였다.

러시아의 황제가 신하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신통한 대답을 얻지 못한 황제는 산 속에 홀로 살고 있는 은자를 찾아가 똑같이 질문한다. 그러나 답은 듣지 못하고 대신 은자를 도와 밭을 갈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한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황제를 죽이려 뒤쫓던 자객이었다. 이 일을 통해 황제는 자연스럽게 답을 알게 된다.

뉴욕에 사는 존 무스는 몇 년 전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이 쓴 책을 읽다가 이 이야기를 발견한다. 틱낫한 스님은 “이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전”이라고 소개한다. 역시 마음 속에서 큰 종이 울리는 듯 감동을 받은 존 무스는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줄 생각으로 수채화풍의 그림을 곁들였고 2002년 봄 그림책으로 내놓는다.

소년 니콜라이에게는 세 가지 질문이 있다. 니콜라이의 친구들인 왜가리 소냐, 원숭이 고골리, 개 푸슈킨이 답해보지만 니콜라이는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깊은 산 속에 외따로 살고 있는 현명한 거북 레오를 찾아간다. 하지만 대답은 듣지 못하고 레오를 도와 밭일을 하고, 다친 판다를 구한다.

‘니콜라이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니콜라이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어제는 어미 판다와 아기 판다를 구했으니까요.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허전했어요. 아직도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내지 못했거든요….’

레오는 니콜라이에게 ‘이미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고 있지 않느냐’며 설명한다. 첫번째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너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존 무스의 잔잔한 수채화는 줄거리만큼이나 절제돼 있다. 좌우로 긴 판형에 넓게 펼쳐진 풍경 위로 니콜라이가 날리는 빨간 연은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질문으로 가득 찬 소년의 마음과 같이. 의인화된 동물들이 읽는 재미를 주는가 싶더니 위험에 처한 판다를 구하는 소년의 모험담이 뒤따른다. 드디어 답을 얻어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소년은 이제 빨간 연을 하늘 높이 날릴 수 있게 된다.

대문호의 메시지를 막대한 분량의 책이 아니라 산뜻한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아이가 심오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더라도 깨달음의 여행에 즐겁게 동참했다면 그만이다. 다만 막연하게나마 이 세 가지 질문 중 하나라도 안고 산다면 우리 어른들이나 톨스토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하렴…바로 이 세 가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란다. 그게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야.”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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