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수주서 분양까지 '대우 사관학교'서 배웠죠"

  • 입력 2003년 1월 21일 18시 22분


‘미래 D&C’의 우명구 사장, ‘참 좋은 건설’의 이강오 사장, ‘로쿠스’의 서효진 사장. 요즘 잘나가는 부동산개발회사 사장(디벨로퍼)들이다.

우 사장은 2000년 초 아파트와 다름없는 평면 설계를 적용한 오피스텔을 선보이면서 외환위기 이후 ‘한물갔다’는 평가를 들었던 오피스텔 시장에 투자자를 끌어 모은 인물.

이 사장은 남들이 모두 쓸모 없는 땅이라며 포기한 곳만 골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드는 재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 고급이나 중대형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지 말라는 서울 강남시장에서 10평 미만짜리 초미니 오피스텔로 돌풍을 일으켰다.

서 사장은 교과서에만 있던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을 부동산 개발에 처음 적용, 화제가 됐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업자금을 빌려오는 금융기법.

이들 세 명은 모두 대우건설에 10년 이상 몸담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요즘 잘나가는 부동산개발업체 사장 가운데는 대우건설 출신이 유난히 많고 맹활약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관련업계에서 인정하는 회사만 10여개에 이를 정도다. 비슷한 처지에서 출발한 다른 대형건설업체 출신들과 비교할 때 이들의 활약상은 눈부실 정도다.

경쟁업체 관계자들도 “대우건설 출신들이 땅을 고르는 일부터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을 따내는 일에 이르기까지 탁월하다”며 “대우건설은 부동산개발사업 사관학교라 부를 만하다”고 평가할 정도다.

대우건설 출신 부동산개발회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참 좋은 건설 이강오, 로쿠스 서효진, 미래 D&C 우명구 사장. 이훈구기자

▽현장 실무자에게 권한을 주라=‘대우건설 맨’들은 성공의 비결을 “대기업치고는 현장 실무자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업무 스타일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예가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에 있는 ‘다기능 복합팀’. 이 팀은 프로젝트에 따라 수주 사업검토 계약 사업관리 입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사업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일할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일단 팀원이 되면 자신의 주력 분야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업무 전반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팀 책임자도 직급이 아닌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1000억원대 사업을 대리가 책임자가 되는 사례도 있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실무자에게 ‘잡일’이 아닌 ‘결정권’을 주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일한다”고 말한다.

▽끊임없는 재교육이 인재를 만든다=대우건설의 재교육 프로그램도 힘의 원천. 95년 이후 사업본부별로 연간 100회 이상 사원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도 평소 “건설업은 결국 사람 장사”라고 말할 정도로 직원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택사업본부는 95년 이후 실시된 교육과정을 녹음 테이프와 디지털 동영상물로 제작해 교육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재교육 시스템이 ‘건설 사관학교 대우건설’을 가능케 했다는 평이 적지 않다.

▽끈끈한 유대감으로 승부한다=직원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면서 대우건설 맨에 대한 자부심과 동지감을 갖게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치열한 경쟁관계 속에서도 유대감을 잃지 않는다.

실제로 대우건설 출신 부동산개발업자 사장들은 공공연하게 선의의 경쟁은 계속하되 필요할 때면 언제든 ‘연합전선’을 구축해 불투명한 주택시장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참 좋은 건설’의 이 사장은 “사업 프로젝트마다 노하우가 다른 만큼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형 프로젝트는 공동 시행하자는 데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배타성이 강한 건설업계에서 이 같은 관계는 흔치 않다.

▽한 번 친정은 영원한 친정=‘친정’인 대우건설이 이들에게 보내는 전폭적인 신뢰도 대우건설 맨들이 업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제안하는 프로젝트는 땅에 대한 가치평가부터 차별성을 보인다고 대우건설의 한 현직 임원은 귀띔했다. 다른 부동산개발회사가 제안하는 프로젝트는 50개 중 2, 3개만이 수익성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대우건설 출신의 프로젝트는 ‘손볼 곳’이 거의 없다는 것.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서종욱 상무는 “이들 사장은 건설업을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 데다 제안하는 사업도 대부분 알짜배기”라며 “시공사인 대우건설도 신뢰를 가지고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대우 건설 출신 시행사 사장들
회 사이 름대우건설 경력 주요 경력
미래D&C우명구개발사업부·오피스텔-‘영등포 미래사랑’·빌라-‘청담동 멤버스 카운티’
참좋은건설이강오·오피스텔-‘동양 라디안루키’·주상복합아파트-‘서초동 우정에쉐르’
로쿠스서효진주택사업팀·주상복합아파트-‘가락 두산위브 센티움’ ‘선릉 우정에쉐르’
건설웨슨남상덕·아파트-‘광주 경안 대우’ ·오피스텔-‘양재동 웨슨빌’ ·관공사-개포·역삼·강남소방서, 대모산·구일·잠원초등학교
넥서스건설이정배서울 목동아파트·리비아트리폴리 건축현장·아파트-‘영등포 대우드림타운’
P&D홍창환주택사업팀·오피스텔-‘강남역 오벨리스크’ ‘삼성동 두산위브 센티움’ ·아파트-‘방배동 동부센트레빌’
진원건설박중양건축공무부·주택사업팀·주상복합아파트-‘역삼동 우정에쉐르Ⅰ·Ⅲ’‘대치동 우정에쉐르’ ·아파트-‘경기 오산대우’
위더스CND박임동주택·건축사업팀준비 중
우인플래닝김종은주택사업팀·오피스텔-‘목동 동양파라곤’
태성플래닝강종수경기오산건축현장·연세대건축현장·주상복합아파트-‘역삼동 우정에쉐르Ⅰ·Ⅱ’
채널산업개발김철문철구조물사업부·주상복합아파트-‘상봉동 써너스빌’
메디안개발김하진주택사업팀·기술팀·오피스텔-‘영등포 대우 드림빌’
시우개발김양곤경기오산건축현장·충남홍성건축현장준비 중
CMK김창민회계팀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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