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업 출두' 왜 정치인이 나서나

  • 입력 2003년 1월 21일 18시 44분


지난해 ‘병풍’수사 도중 잠적했던 김대업씨의 검찰 출두를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서울지검에 통보했다는 사실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지명수배자가 변호인도 아닌 정치인을 통해 수사검사에 출두를 알렸다니 정상적인 일인가. 박 의원은 “단순히 출두 일시만 알려 줬을 뿐 수사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은 없었다”고 했으나 ‘병풍’과 관련한 민주당의 ‘김대업 감싸기’를 확인해 준 사례라 하겠다.

이번 일은 특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병풍’사건을 김씨 혼자 꾸미지 않았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더욱 무게를 갖게 한다. 민주당과 검찰 일부 세력이 그의 배후 비호세력이었고, 수사도 결국 특정 정당의 대선용 기획·공작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박 의원에게 출두 통보를 부탁했다는 천용택 의원이 민주당 병역비리조사 특위장이었다는 점은 천 의원과 김씨간에 모종의 접촉이 계속되지 않았느냐를 의심케 한다.

실제로 민주당의 ‘병풍’수사 개입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6월 천 의원은 당에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에 대한 공세를 펴 검찰수사를 유도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고, 8월 이해찬 의원은 검찰이 당에 병풍쟁점화를 요구했다는 발언을 했다. 며칠 뒤에는 ‘병풍’수사의 방법을 제시한 ‘김대업면담보고서’까지 발견됐다. 이 문건은 실제 ‘병풍’수사 진행 과정과 상당 부분 맞아떨어졌다. 민주당이 김씨를 ‘의인(義人)’으로 칭송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 의원의 김씨 출두 통보도 이런 일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선거에 승리한 민주당으로서 김씨는 고마운 사람이겠지만 그가 나라와 국민에게 남긴 상처는 너무 크고 깊다. 그의 말 한마디에 나라는 흔들렸고, 정치는 수렁에 빠졌다. ‘병풍’도 사실상 ‘허풍’으로 판명났다. 민주당 인사들이 이토록 김씨를 감싸는 것은 그런 뒷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해서가 아닌지 모르겠다. ‘진실’을 감추는 것이 새 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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