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식스맨 박재일-박훈근 동양의 ‘소금’

  • 입력 2003년 1월 22일 18시 06분


동양 오리온스의 ‘양박 포워드’를 아십니까.

프로농구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동양은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유명하다. 상대 매치업에 따라 ‘베스트5’가 다양하게 바뀌는 것. 이런 팔색 용병술의 중심에는 바로 식스맨 포워드 박재일(29)과 박훈근(28)이 있다.

스몰포워드 박재일은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98년 명지대를 졸업하고 동양 지명을 받은 뒤 곧바로 군 입대를 해 상무에서 뛰었다. 보통 2년 정도 프로생활을 하고 군복무를 하는 관례를 깨뜨린 것. 당시 코치였던 동양 김진 감독은 “전희철 김병철이 군입대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예 몇 년 고생할 각오를 하고 박재일까지 함께 군복을 입게 했다”고 회고한다.

주전 공백으로 팀 성적은 바닥을 헤맬 게 분명했지만 장기 포석을 한 셈.

이런 결정은 딱 맞아떨어졌다. 2000년 군에서 제대한 박재일은 한 시즌 동안 적응기를 끝낸 뒤 2001∼2002시즌 동양이 사상 첫 챔피언에 오르는 데 수훈을 세웠다.

올 시즌에도 박재일은 동양의 선두 행진을 이끄는 숨은 주역이다. 자신과 동갑내기인 현주엽 신기성 등은 군복무를 하고 있는 가운데 박재일은 식스맨으로 코트에서 펄펄 날고 있다. 올스타전 슬램덩크 콘테스트에 나설 만큼 탄력이 뛰어나 농구선수로는 작은 편인 1m90의 신장에도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고 있으며 3점포도 정확하다. 지난 시즌 평균 4.4점이던 득점력이 7.3점으로 좋아졌고 3점슛은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48개를 꽂았다. 지난 시즌 11분이던 출전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나 19분을 기록하고 있다.

장딴지를 다쳐 12경기를 쉰 박훈근도 최근 부상에서 회복, 동양의 두터운 백업 라인업에 가세했다. 1m96의 큰 키를 앞세워 포스트 수비를 도맡는가 하면 순발력이 좋아 외곽 슈터 마크에도 재주를 보이고 있다. 평균 득점은 역시 지난 시즌 4.5점보다 높아진 7.0점.

MBC 장일 해설위원은 “이들은 소금 같은 존재”라며 “둘 다 슈팅 능력을 갖추고 있어 김병철과 힉스에게 수비가 집중될 때 생기는 슈팅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 김진 감독은 “박재일과 박훈근이 KCC로 트레이드 된 전희철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며 “중요할 때 득점력이 높아 플레이오프에서도 기대가 크다”고 칭찬했다. 이들말고도 동양은 또 다른 박씨인 신인 가드 박지현이 김승현의 백업으로 주전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부러움을 사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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