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당방문 ‘初心’, 97년과는 달라야

  • 입력 2003년 1월 23일 18시 44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한나라당사를 찾은 이후 여야관계가 술술 풀리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영접도 따뜻했고, 여야가 서로 억지 부리느라 질질 끌던 대통령직인수법안과 인사청문회법안도 즉각 처리됐다. 여기저기서 상생의 정치에 대한 합창이 이어지면서 국민에게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을 안겨줬다. 정치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느낌이다.

이 같은 훈풍이 계절풍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5년 전을 한번 떠올려본다. 그때도 똑같이 흐뭇한 장면이 있었다. 97년 대선 직후 김대중 당선자가 한나라당사를 찾아 이회창 명예총재와 손을 맞잡고 경제회생과 나라안정을 위해 힘을 합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여야는 며칠 지나지 않아 또 핏발을 세웠다. 총리인준을 둘러싸고 6개월간의 지루한 대치가 계속됐다. 장관임명 제청권자가 없어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총리가 편법으로 조각을 위한 제청권을 행사할 정도였다.

그 와중에 ‘북풍(北風)’ 수사를 비롯한 구여권에 대한 사정작업이 진행되면서 여야간엔 쉬 메울 수 없는 골이 패었다. 그렇게 꼬여버린 여야관계는 5년 내내 간단없이 파열음을 내면서 국민을 피곤하게 했다. DJ가 다시 한나라당사를 찾는 일도 없었고, 영수회담도 가물에 콩 나듯 열렸다.

이번에는 초심(初心)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호 오해와 불신을 경계해야 한다. 자주 얼굴을 맞대는 것이 지름길이다. 일방적 주장의 성명을 쏟아내기보다 상대를 이해하는 대화로 상생의 정치를 배양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유익하다. 민주당사와 한나라당사는 지척이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사도 반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이므로,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노 당선자가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힘들고 아쉬울 때만 야당에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야당 또한 국가적 국민적 공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손을 마주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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