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살림을 들이려면 먼저 청소를 하는 게 상식인데, 개혁을 주장하면서 의혹 규명을 꺼리는 것은 모순이다.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다 보면 과거 국정운영의 허점과 폐단이 드러날 것이고 개혁은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순리라는 점에서 의혹 규명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개혁의 준비작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대북 지원 의혹의 핵심인물인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 대한 전격적인 출국금지 조치와 같은 검찰의 때늦은 기민함도 순수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마치 검찰이 그동안 뒷짐을 진 채 노 당선자의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검찰이 과연 성역 없는 의혹 규명을 해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의혹 규명은 검찰의 개혁과도 무관치 않을 듯싶다. 규명 성과에 따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여론이 수그러질 수도 있고 반대로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노 당선자가 ‘특검을 받을 각오’를 주문한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내정자가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구의 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의혹 규명의 성패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검찰의 추상같은 자세가 관건이다. 역대정권에서와 같은 목적사정 보복사정 편파사정이나 면죄부수사 해명성수사 논란을 차단하려면 수사 과정이 추호도 의심을 받아선 안 된다. 또다시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수사를 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검찰은 존재 가치를 잃게 된다. 수사는 대북 지원 의혹, 국정원 도청설, 공적자금비리 등 야당이 주장하는 3대 의혹부터 시작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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