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혹 규명이 개혁 첫걸음이다

  • 입력 2003년 1월 24일 18시 49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법무부장관에게 “모든 의혹사건에 대해 특검을 받을 각오로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하자 검찰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당연한 얘기에 정상적인 대응이다. 그런데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왜 당연한 사안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법무부에 요구까지 해야 되느냐 하는 의문이 들어서다.

새 살림을 들이려면 먼저 청소를 하는 게 상식인데, 개혁을 주장하면서 의혹 규명을 꺼리는 것은 모순이다.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다 보면 과거 국정운영의 허점과 폐단이 드러날 것이고 개혁은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순리라는 점에서 의혹 규명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개혁의 준비작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대북 지원 의혹의 핵심인물인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 대한 전격적인 출국금지 조치와 같은 검찰의 때늦은 기민함도 순수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마치 검찰이 그동안 뒷짐을 진 채 노 당선자의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검찰이 과연 성역 없는 의혹 규명을 해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의혹 규명은 검찰의 개혁과도 무관치 않을 듯싶다. 규명 성과에 따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여론이 수그러질 수도 있고 반대로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노 당선자가 ‘특검을 받을 각오’를 주문한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내정자가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구의 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의혹 규명의 성패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검찰의 추상같은 자세가 관건이다. 역대정권에서와 같은 목적사정 보복사정 편파사정이나 면죄부수사 해명성수사 논란을 차단하려면 수사 과정이 추호도 의심을 받아선 안 된다. 또다시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수사를 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검찰은 존재 가치를 잃게 된다. 수사는 대북 지원 의혹, 국정원 도청설, 공적자금비리 등 야당이 주장하는 3대 의혹부터 시작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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