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수사 사실상 마무리 수순

  • 입력 2003년 1월 25일 02시 44분


검찰이 24일 이른바 ‘병풍(兵風) 의혹’을 제기한 전 의무부사관 김대업(金大業)씨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지난해 5월 김씨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병풍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병풍 의혹의 본질에 해당하는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비리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내려지지 않아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검찰이 이날 김씨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미 상당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김씨의 신병처리를 계속 미루면 검찰에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그동안 수 차례 각종 의혹에 대한 엄정 수사를 강조한 것도 검찰이 ‘사건 전체에 대한 종합 결론을 내린 뒤 김씨의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바꾸게 된 중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혐의가 드러난 만큼 원칙대로 김씨의 신병처리를 먼저 한 뒤 다른 의혹들을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 조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명예훼손과 무고 등의 혐의가 밝혀진 만큼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과 ‘병풍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곁가지에 해당하는 혐의를 적용해 구속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수사팀 사이에서 팽팽히 맞섰기 때문.

실제 13일 자진 출두한 김씨가 조사를 받고 15일 귀가하자 김씨 구속을 주장했던 수사팀 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에는 영장 청구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으로 김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면 △김씨의 수사관 사칭 여부 △정연씨의 병역비리 혐의가 담겨 있다는 녹음테이프의 조작 및 내용의 진위 등 남은 의혹들을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병역비리조사특위 위원장인 천용택(千容宅) 의원이 김씨의 13일 검찰 출두 사실을 같은 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을 통해 검찰에 전달한 경위 등 ‘민주당 배후설’ 논란에 대한 검찰 수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병풍 의혹 실체 규명과 관련된 수사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안팎의 일반적인 견해다.

검찰은 이달 말까지 병풍 의혹 전반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상당수 소환 대상자들이 잠적했거나 해외 체류 중이고, 테이프 조작 여부 역시 단기간에 규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병풍 사건 일지▼

△2002년 5월21일=김대업씨, 이정연씨 병역의혹 제기

△7월31일=김씨, 한나라당 상대 명예훼손 혐의 고소

△8월1일=한나라당, 김씨 공무원 자격사칭과 명예훼손 혐의 등 고소

△8월2일=검찰, 김씨 사건을 서울지검 특수1부에 배당

△8월4일=검찰, 김씨와 김길부 전 병무청장 등 10명 출금

△8월5일=한나라당, 박영관 노명선 검사 직무유기 혐의 고발

△8월12일=김씨, 검찰에 1차 녹취 테이프 제출

△8월21일=민주당 이해찬 의원 병풍수사 유도 발언 파문

△8월23일=검찰 “1차 테이프 내용 판단 불능” 발표

△8월30일=김씨, 2차 테이프 제출

△10월16일=검찰, “녹취 테이프 인위적 편집가능성” 발표

△10월25일=검찰, ‘병풍’ 중간 수사결과 발표

△2003년 1월13일=김씨 자진출두

△1월24일=검찰, 김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 청구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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