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여야의 공방이 뜨겁던 작년 8월 국회 국방위에서 한 민주당 의원은 “김씨는 병역비리만큼은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의인(義人)”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번에 김씨는 스스로 쓴 가공의 시나리오가 대부분 허위로 밝혀져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됐지만 그를 의인으로 불렀던 사람은 사과도 반성도 없다.
검찰도 떳떳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가공의 시나리오가 정치권과 언론의 공방을 거치며 증폭되도록 방관함으로써 엄정 중립의 자세에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소홀했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맞았을 때가 돼서야 뒤늦게 검찰은 ‘허위의 시나리오’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미 잠적한 김씨를 지명수배해 정권의 향배에 기민한 모습을 보였다. 사기죄로 수감 중이던 김씨가 2000년 말 수사 협조를 구실로 거의 매일 구치소에서 검사실로 나와 여러 차례 인터넷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리도록 방치한 것도 수사 방법의 절도와 한계를 벗어났다.
이번에는 김씨와 관련된 2차 병풍의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금품수수를 폭로한 김도술 테이프의 진위, 이정연씨의 병적기록표를 둘러싼 의혹 등도 함께 말끔히 해소돼야 한다. 2002년 대선에서 ‘병풍’을 재탕하기 위해 전과로 얼룩진 의인(疑人)을 의인(義人)으로 포장하는 작업에 정치권과 검찰의 공조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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