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통신대국’의 망신살

  • 입력 2003년 1월 26일 18시 34분


주말인 25일 발생한 ‘인터넷 대란’은 외화내빈의 우리나라 정보통신 수준을 한마디로 말해 준 사건이다. 전국적으로 인터넷 접속이 두절됨에 따라 정보검색이나 전자상거래가 중단돼 인터넷 의존도가 큰 네티즌들의 일상생활이 마비될 정도였다니 경악할 일이다. 한 국가의 전체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된 것은 처음이라니 그동안 자랑해 온 정보통신대국의 이미지가 망신스러울 뿐이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피해가 가장 컸다는 소식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전 세계 2만2000여개의 시스템이 바이러스 공격을 받았는데 유독 우리나라 인터넷망이 가장 취약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인구가 2600만명에 이르고, 1000만가구가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인터넷 강국의 통신망이 이런 수준인가.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소프트웨어는 이미 6개월 전에 그 취약점이 공개 경고되었다고 한다. 해당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보완프로그램을 제공했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니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였다는 얘기다. 인터넷 이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보안의식은 바닥이었던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긴급복구에 나섰으나 아직도 재발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 걱정을 더해준다. 인터넷 기간망은 회복되어 일단 접속이 재개됐으나 개별 서버에는 아직도 문제를 일으킨 신종 웜바이러스가 남아 있어 다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 아침 금융기관들이 과연 정상적인 전자 금융거래를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앞으로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이용이 확산될수록 해킹이나 바이러스 침입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당수 국내 기관이나 기업들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어 국제적인 해킹의 경유지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가리되 인터넷 이용 확산에 따른 안전도를 높이는 근본대책을 시급히 강구해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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