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수위가 모든 정책 결정하나

  • 입력 2003년 1월 26일 18시 34분


과도기구인 대통령직인수위의 활동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넘치는 의욕과 부족한 행정경험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인수위가 본래의 한계를 벗어나 모든 정책의 결정권자 같은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일부 부처도 정책을 인수위 요구에 맞추는 경향이 있어 국정의 주체가 정부인지 인수위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인수위 내에서조차 종종 혼선이 빚어져 정책의 지향 방향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도 적지 않다.

인수위가 경인운하사업의 중단 또는 백지화 방침을 밝혔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것도 사례 중 하나다. 논란의 소지가 많은 ‘공무원노조’ 명칭 허용 방침을 전격 결정한 것이나 출자총액제한 완화를 둘러싼 인수위 내 갈등,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약을 둘러싼 인수위와 노동부의 대립 등도 인수위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다.

대통령직인수법에 규정된 인수위의 고유업무는 ‘파악과 준비’다. 첫 번째 업무가 정부의 조직 기능 예산 현황의 파악이고 그 다음이 새 정부 정책기조 설정 준비 및 대통령 취임 행사 관련 업무 준비다. 어느 곳에도 인수위에 구체적인 정책결정권을 부여한 대목이 없다. 과거 인수위설치령에 있던 ‘정부의 인적 물적 자원 관리계획 수립’과 ‘국가 주요정책 분석 및 수립’ 업무가 법에선 빠진 이유도 인수위 관계자들이 유념해야 한다.

파악과 준비가 충실하게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입안된 정책이란 허술하고 위험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가정책을 공식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은 결국 내각인데, 인수위가 즉흥적으로 쏟아낸 정책이 새 정부 출범 후 얼마나 순조롭게 내각에 접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인수위의 실질적 활동기간은 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의 대통령직인수 경험자들의 말을 빌려 인수위는 정보수집가처럼 조용히 행동해야 하며, 조급하게 행동하면 미래의 좌절을 잉태하게 된다는 점을 거듭 상기시키고 싶다. 인수위는 정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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