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역대 정권은 거듭되는 대규모 사면복권을 통해 부정부패 연루자를 풀어주어 사법권의 권위를 손상시키고 부패 불감증을 조장했다. 노 당선자는 이러한 잘못을 거울삼아 사면복권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대선기간에 공약한 바 있다. 더욱이 지난해 말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법원 판결을 무효로 돌리는 대규모 사면복권이 이루어져 사면복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은 상태다. 취임일 하루만이라도 상징적으로 사면복권을 하지 않아 사법부의 권위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심수라는 표현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거 독재정권 치하에서 용기 있게 민주화를 부르짖다 감옥에 갇힌 인사들을 그렇게 불렀지만 엄밀히 말해 민주정부 출범 이후에 양심수란 존재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도 ‘양심수는 없다’는 원칙 밑에서 노동계 등의 양심수 석방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노동자와 한총련 대의원들을 양심수라고 부른 것이라면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들은 불법 파업을 벌였거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행위를 저질러 노동관련법과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람들이다. 형기를 마치고 잘못을 뉘우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면 사면복권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양심수라는 칭호는 걸맞지 않다.
당선자 쪽에서 취임 특사 대상자를 선정 검토하는 절차도 당선자의 법적 지위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불가피하게 사면복권을 해야 할 요인이 생겼더라도 취임식 후 3·1절이나 부처님 오신 날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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