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축하보다 앞일을 당부하는 고향사람들의 간절한 심정을 노 당선자가 몰랐을 리 없다. 당선자에게 부담주지 않으려고 고향을 위해 뭘 해달라는 부탁을 애써 삼가는 그들의 마음을 몰랐을 리도 없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권력의 실패’와 ‘대통령의 실패’를 신물나게 경험한 민초(民草)의 소리임을 헤아리지 못했을 리도 없다.
새 대통령이 탄생할 때마다 고향사람들은 언제나 그랬지만 그들의 바람은 번번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 때의 환희와 영광이 퇴임할 때면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자연 당선됐을 때의 당당한 모습 그대로 퇴임 후 귀향길에 오른 대통령도 볼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권좌에 오르면 차츰 주변에 진솔한 얘기를 전하는 사람이 적어지고, 대통령 자신도 ‘권력의 성(城)’에 갇혀 귀가 어두워지기 때문이었다. 아들이나 친인척 문제가 거론되면 외면하거나 역정을 내는 대통령이 대다수였다. 권력은 유한하고 민심은 무상하다는 것을 그들은 재임 중 쉬 잊곤 했다.
노 당선자도 청와대에 들어가면 다시는 고향에서와 같은 얘기를 듣기 어려울지 모른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주변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차단할 수도 있고, 국사에 시달리다 보면 스스로 피곤한 얘기는 피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고향의 염려를 잊으면 안 된다. 기도하듯이 날마다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초심(初心)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그래야 자신의 다짐대로 고향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임기를 마치고 떳떳하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첫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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