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에서 벌어졌던 몇 가지 ‘사건’들은 노 당선자측의 일부 인사들이 당선자의 진의(眞意)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한다.
김진표(金振杓) 인수위 부위원장이 최근 한 언론사 포럼에서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돼 기업의 경영투명성이 정착되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해프닝만 해도 그렇다. 김 부위원장의 발언이 나오자 정태인(鄭泰仁) 경제1분과 인수위원은 “월권(越權)이다. 경제분과 회의를 거쳐 문제삼겠다”고 흥분하다가 “잘라야 한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노동부장관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나왔던 한 인수위원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방용석(方鏞錫) 노동부장관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우리 사회에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히자 장관 바로 앞에 앉아있던 한 인수위원은 느닷없이 “오늘 노동부장관이 참석하지 않으신 모양인데…”라는 말을 세 번이나 되풀이했다. 당선자의 공약에 대해 ‘안 된다’고 하는 말은 묵인할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 출신의 한 위원은 정부부처 관료들에게 “외국인투자가 뭐 그리 급하냐. 외국인투자는 유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해 관료들을 맥빠지게 하기도 했다.
이들의 ‘튀는 행태’는 관료들이 개혁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나온 것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치밀한 청사진과 방법론, 정제된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혁은 쉽게 반발과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수위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제 인수위 활동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혁명보다 어려운 개혁’을 이루기 위해 어떤 태도로 인수위 활동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최영해기자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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