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검표, 대선갈등 씻는 계기로

  • 입력 2003년 1월 27일 23시 56분


한나라당의 당선 무효 소송에 따라 실시된 16대 대선, 전국 80개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 결과 일부 오류가 발견되기는 했으나 그 규모가 워낙 미미해 당락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대통령선거 사상 처음으로 재검표까지 간 개표부정 시비는 전자개표의 높은 신뢰성만 재확인한 채 일단락됐다.

어쨌든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이번 재검표에서 상당한 오류가 드러나 당락이 뒤바뀔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나라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혼란에 직면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지위가 흔들리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존립 자체도 어려웠을 것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재검표 결과를 계기로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를 다시 한번 겸허하게 인정하고 국민의 뜻에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우리는 이미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한나라당의 유례없는 당선 무효 소송은 보다 신중했어야 옳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와 8월 재·보궐선거 때도 전자개표 방식이 이뤄졌지만 결과가 압승이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반면 대선에서는 패배 직후 인터넷에 ‘개표부정 괴(怪)문서’가 뜨고 이에 흥분한 일부 열성 지지자들의 재검표 요구가 이어지자 ‘두 번 죽는 것’이란 당내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당선 무효소송을 강행했다. 당 지도부가 선거패배의 책임 논란을 개표부정 시비로 비켜가려 했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이를 씻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내부 쇄신으로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도 이번 재검표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을 몰아붙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재검표 결과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이 기회에 일부 국민이 가졌던 개표부정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제는 여야 모두 재검표의 후유증을 말끔히 털어내고 상생(相生)정치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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