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스키황제’ 마이어 ‘화려한 부활’

  • 입력 2003년 1월 28일 16시 53분


마이어가 2차레이스에서 안정된 자세로 기문을 통과하고 있다.[AP]
마이어가 2차레이스에서 안정된 자세로 기문을 통과하고 있다.[AP]

알파인 스키의 ‘황제’ 헤르만 마이어(31·오스트리아)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마이어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키츠뷔헬에서 열린 월드컵스키 슈퍼대회전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마이어는 이날 1분20초48을 마크, 크리스토퍼 그루버(27·1분20초59·오스트리아)와 스테판 에버하르터(34·1분20초63·오스트리아)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마이어는 우승이 확정된 후 “이렇게 빨리 우승할지 몰랐다.달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이어의 재기는 극적이었다.

2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3번의 월드컵 시리즈 종합우승 경력이 말해주듯 ‘알파인 스키의 마이클 조던’으로 통하던 마이어는 지난 2001년 8월 25일 라트슈타트 부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마주오던 차와 충돌해 오른쪽 다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는 끔직한 사고를 당했다. 7시간에 걸친 대수술. 산산히 부서진 오른쪽 정강이뼈는 금속막대를 집어넣어 볼트로 죈 후에야 고정됐고 찢어진 피부는 왼쪽팔의 일부를 떼어내 이식했야만 했다.

마이어가 날렵하게 기문을 통과하고 있다.[AP]

그러나 그의 별명인‘헤르미네어터(헤르만+터미네이터)’처럼 마이어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5살때부터 시작한 스키는 그의 전부 였던 것.

마이어는 사고가 난 지 1년 만인 지난해 8월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오스트리아대표팀의 칠레전지훈련에 합류, 재기의지를 불태웠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흐른 지난 15일. 마이어는 사고 이후 첫 공식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스위스에서 벌어진 월드컵스키대회 슈퍼대회전 1차레이스에서 31위에 그쳐 2차레이스 자격조차 얻지 못하는 부진을 보인 것.

하지만 마이어는 계속된 월드컵시리즈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조금씩 예전의 기량을 회복했다. 그리고 재기전을 치른지 불과 13일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작은 기적’을 연출하며 “역시 마이어”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마이어가 레이스를 끝낸 후 1위를 차지한 것을 확인하자 활짝 웃고 있다.[AP]

2001년 3월 이후 첫 우승이자 월드컵시리즈 통산 42번째 우승을 기록한 마이어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우승 못지 않은 내 생에 최고의 승리 가운데 하나”라며 이날의 1승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마이어의 홈페이지(www.hm1.com)에는 헤르만의 기적같은 재기를 축하하는 팬들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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