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떻게 처신했기에 대통령의 메시지까지 휴대한 특사가 이처럼 홀대받았는지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 임 특사는 방북하기 전 “대통령의 뜻을 북측 지도자에게 전하고, 북측 지도자의 의견을 받아 오는 게 임무”라고 밝혔었다. 이제 구구한 변명보다 김 위원장 면담이 불발된 사유를 솔직히 털어놓아야 한다.
6·15 정상회담 이후 현 정부는 김 위원장을 신뢰할 만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는 핵문제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결정적 시기에 매몰차게 특사를 외면했다. 그런데도 구애하듯이 그에게 매달리는 대북정책을 고수할 것인가. 남북간에 낮은 차원에서 대화와 협력이 수없이 진전된다 하더라도 김 위원장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부는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다 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속내를 모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임 특사가 임무수행에 실패하고 돌아오는 동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대북 강경노선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악의 축’이라고 했던 북한을 ‘무법정권’으로 지칭하면서 핵 위협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설픈 특사외교가 강경 대치를 계속 중인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정부의 입지를 더욱 좁힐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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